영화 <어쩔 수가 없다 : No other choice>
“이모! <어쩔 수가 없다> 영화 봤어?”
런던에 사는 조카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국에서 한국 영화라니 반가운 마음에 예약을 부탁했다. 조카가 사용하는 휴대폰 회사는 영화 할인 코드를 매월 제공한다. 12.50파운드짜리 영화를 4파운드에 예매할 수 있다.
오랜만에 런던 나들이에 모직 치마에 부츠를 신었다. 거울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곱게 차려입고는 오래 걷지 못할 것 같았다. 런던은 걷기만 해도 좋은 도시여서 나갈 때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예쁜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고 싶어도 그림에 떡이다. 결국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었다.
비교적 최신작을 영국에서도 볼 수 있다니 강산이 변했듯 한국 영화에 대한 위상도 많이 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영화가 보고 싶어도 상영을 하는 곳이 없었다. 대부분 한국 영화는 1년에 한 번 가을에 있는 런던 한국 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었다. 인사차 방문한 안성기 배우나 정우성, 정해인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몇 년째 다녔었다. 아쉬움이라면 외국 관객이 많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 영화가 재미없나?’
많은 외국인이 한국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내가 혹시 애국심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이제는 대형 극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한국 영화를 상영한다. 한국 영화는 기생충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전 좌석을 외국인으로 가득 메운 영화는 <기생충>이 처음이 었다. 영화가 끝난 후 외국인들의 기립 박수를 보냈다. 내가 배우라도 되는 냥 감격에 젖었다. 그들에게 자막을 읽게 하는 위대한 작품. 외국 영화를 볼 때의 나의 고충을 신랑에게 이해시키시는 데는 백 마디 말보다 한국 영화 같이 보기 만한 게 없다. 나는 등을 기대고 편안하게 자막을 보는 대신 영화의 장면에 몰입했다
“너네 배우는 미스터 송강호밖에 없어?”
예전에 신랑이 농담을 건넸다. 당시 이안은 〈택시 드라이버〉와 〈변호인〉을 연거푸 보았다. 송강호를 무척 좋아했다. 그때만 해도 관객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그는 <어쩔 수가 없다 : No other choice> 속 이병헌은 미스터 선샤인이 라고 부른다. 손예진은 밥 잘 사주는 이쁜 누나라고 부른다. 이성민 <미생>, 염혜란 <더 글로리>까지 찾아내며 자랑스러운 듯 씩 웃는다.
영화를 같이 보며 퍼즐을 맞추듯 이안은 주인공들이 연기한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낸다. 그도 이제는 송강호 외에도 좋은 한국 배우가 많다는 것을 안다.
“그 많던 한국 사람들은 어디로 갔지?”
<어쩔 수가 없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외국인으로 가득 찬 영화관을 보며 그가 농담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