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 그리고 만남
기다리는 5주는 입양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다. 그 기간 동안 강아지 장난감, 물통, 밥통, 집. 쉴 공간의 쿠션, 배변패드 등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한국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의 유튜브 비디오와 강아지 입양 관련 책, 웰시코기 관련 책을 모두 읽고 새 식구 맞을 준비 하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6월 초 드디어 8주 만에 만두를 데리러 웨일스로 향했다. 내가 살고 있는 윈저성 근처에서 웨일스까지는 왕복 8시간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여왕이 머무는 곳이라 하더라도 웰시코기 종은 거의 없다. 생전 여왕은 21마리의 웰시 코기을 키웠고 본인이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늘리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는 더욱 악화되어 전 지역 봉쇄령이 내려진 후라 윈저에서 웨일스로 향하는 맘이 가볍지는 않았다.
만두의 8형제 중 이미 여섯 마리는 다른 집을 찾아갔고 만두를 포함한 3마리의 강아지들이 놀고 있었다. 크기는 가장 작았지만 보스기질이 있어 밥을 혼자 먹었다고 한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보스기질이 아니라 그냥 먹는 거에 욕심이 많은 개였다
만두는 워낙 낯선 사람을 좋아해서 우리를 보자마자 웰컴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안아보라는 만두 엄마 보호자의 이야기에 조심스레 안아 자연스럽게 차에 탔다. Snuggle dog이라는 심장소리가 들어있는 장난감에 만두 엄마 강아지의 체취를 묻혀왔다. 이 장난감은 캔두(can do)라 불렀다. 차가 출발하자 혼자임을 눈치챈 만두는 목놓아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30분쯤 울고 난 후 잠든 모습이 안쓰러워서 좋은 엄마보호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엄마개 보호자가 만두라고 많이 불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만두는 본인 이름을 전혀 몰랐다. 콜링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신랑이 아무리 불러도 만두는 안쳐다 본다고 청각 장애가 있는 강아지 인가 병원에 가봐야 하나 걱정을 했다. 다행히 개통령의 훈련 방법을 통해 이름을 마스터했다. 콜링 트레이닝과 같이 첫 배변훈련을 시켰다. 마지막 백신을 맞기 전까지는 면역력이 약한 강아지여서 산책 금지였다. 그런 관계로 작은 정원이 만두의 롯데월드이자 디즈니랜드였다. 이갈이가 시작되자 잔디를 모두 앞니로 뽑기 시작했다. 다행히 식탁 다리나 전선은 물어뜯지는 않았다. 덕분에 그해 잔디는 모두 죽었고 장미들의 수난 시대였다. 어디서 파헤쳤는지 모를 수선화, 튤립의 알뿌리를 모조리 물고 다니며 공놀이를 했다. 잔디를 너무 먹어 걱정하는 나와 달리 이미 두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 시어머니는 소화시킨다고 괜찮다고 한다.
4개월이 될 무렵부터 하루 3일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가기 때문에 대변은 자연스럽게 산책 시 해결했다. 처음 1주일은 쉬를 하고 싶으면 정원까지 달려 나갔는데 가는 길이 너무 멀었는지 간혹 중간에 실례를 했다. 중간중간 배변패드를 놓아두었지만 조금 자란 후는 배변 패드에도 쉬하지 않았다. 30 개들이 배변패드를 15개만 쓰고 모든 배변 훈련을 마스터했다. 천재견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견했다. 배변 문제가 제일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더 가르칠 게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배웠고 엄마 아빠 보호자를 잘 따랐다. 배변이 해결된 후 기다려 훈련을 했고 먹성이 좋은 만두는 금방 배웠다. 가끔 밥을 늦게 준다고 으르렁 거리면 여지없이 더 오래 기다려야 함을 깨달은 후 입에서 홍수가 나도 참고 기다린다. 문제는 엄마보호자는 한국 사람 아빠보호자는 영국 사람인 관계로 이중 언어를 알아 들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두 개 언어로 모두 훈련했다. 신랑은 가끔 `WAIT’하다 안 들으면 어눌한 한국말로 ` 지다려 (기다려)`라고 급하게 외친다. 영국과 한국의 교육방식이 다르듯 강아지 훈련방식이 다르다. 어느 것이 좋다 낫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은 사람 가족만큼 많이 사랑과 애정을 쏟는 반면에 영국은 사람이 아닌 동물 가족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예를 들어 8주 차 강아지를 데려온 첫날 나는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었다. 얼마나 낯설고 슬플까 싶었다. 반면 신랑은 단호했다. 개는 부부가 있는 공간은 올라오면 안 된다고 혼자서 자기 집에서 자야 하고 아래층 공간만 만두의 공간이라 했다. 만두는 심장소리 들리는 캔두와 같이 6개월을 잤다. 좀 큰 후 캔두를 너무 괴롭혀서 숨겨 두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 중에 못 들어오는 공간이 있었다. 이에 만두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았다. 8개월쯤 되었을 때 토를 했다. 병원에 갔는데 별이상 없단다. 공간에 대한 제한을 모두 풀었다. 업무 할 때는 책상 아래서 잠들어 있었고 방해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훈련을 시켜서인지 만두 역시 자신이 지정한 세 개 구역이 자신의 영역이라 인식하는 것 같다.
기다려 훈련을 시킬 때 가끔 울컥한다. 먼저 하늘나라 가서 평생 나를 기다릴 강아지한테 너무 많이 기다려를 시키고 싶지 않은 이유다. 만두는 산책을 위해 목줄과 간식을 챙기면 세상 다 줄 것 같은 큰 미소를 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