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0일에서 7월 29일까지 - 9일간의 여정
어쩌다 몽블랑: 나 몽블랑이야
글은 첫 문장의 완성이 가장 어렵다. 몽블랑 하이킹 역시 첫날이 가장 험난했다. 하이킹을 춤으로 비유하자면, 몸치에 가까운 내가 몽블랑에 도전하는 것은 춤을 전혀 못 추는 사람이 무대에 서는 것처럼, 처음부터 불가능한 도전 같았다. 새벽 3시, 동트기 전에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10시 30분 제네바 출발 샤모니행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 6시 비행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전날, 전 세계적인 IT 오류로 인해 탑승권 발권이 되지 않았다. 전날의 대규모 비행기 취소 사태로 공항은 밤을 새운 듯한 노숙자 차림의 여행객들이 의자에 누워 있거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모습은 마치 난민 캠프를 연상시켰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대기했고, 1시간 반 지연 후에 다행히 29F 좌석을 배정받았다. 비행기에 자리를 잡고서야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일행은 한국에서 프랑스를 거쳐 파리에서 현지 가이드와 합류한 뒤, 샤모니로 넘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4명의 멤버는 모두 샤모니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첫날의 베이스캠프는 샤모니에 있는 지트레 에퀴드 (Gîte les Ecuries de Charamillon) 라는 첫 쉼터였다. 몽블랑에 오르는 것은 모든 하이커들의 로망이자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라 그 길을 걷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처음에는 숙소 문제로 6박 7일짜리 일정을 5박 6일로 줄였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는 산행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언니가 농반진반처럼 "어느 구간에서는 119를 부를 수도 있다는 거지"라고 했을 때도 실감하지 못했다. 사실 그 말은 틀렸다. 나는 모든 구간에서 119를 부르고 싶었다.
첫날의 일정은 하이킹 초보인 나를 배려해 상대적으로 쉬운 코스인 약 6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였다. 그러나 오르막 6킬로미터의 위력은 숨이 차다 못해 기침까지 동반하며 구토까지 나왔다. 마치 '나 몽블랑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고요하고도 거만한 산의 울림이 나를 때리는 것 같았다. 초보자의 준비기간은 12개월이었다. 한 달에 두 번씩 15~20킬로미터를 걸었고, 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국 남부 웨일스 지방의 평원을 시작으로, 점차 산으로 둘러싸인 중부 지방 호수 지역으로 연습량을 늘렸다. 마지막으로 산행이 가까워지자 3개월 전부터는 매일 30분씩 달리기를 추가했다.
프랑스 쉼터 지트레 에퀴드
모든 것이 귀한 쉼터에서의 첫날은 겸손함을 배우는 저녁이었다. 영국에서는 쉘터(Shelter), 프랑스에서는 지트(Gîte), 스위스에서는 샬렛(Chalet), 이탈리아에서는 리푸조(Rifugio)라고 부르지만, 편의상 '쉼터'라고 하겠다. 쉼터에서 음식을 남기는 건 사치였다. 또한 쓰레기통도 없었다. 그동안 아무렇게나 남기고 버렸던 쓰레기에 대한 미안함과, 더운물에 대한 고마움, 뒷사람을 위해 3분간만 샤워할 수 있다는 배려를 배웠다. 대문이 없는 오픈된 공간의 2층 침대에서 옆으로 누우면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민망한 상황도 연출되었다. 피곤해서 골아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천근만근의 몸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새벽 2시가 되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다음 날 산행의 고단한 행군을 할 생각에 잠을 청했지만 잠들지 못했다. 열병에 시달리듯 끙끙 소리를 내던 중, 칠흑 같은 방 안이 점점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밝아져 오는 것이 새벽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초록의 나무들과 여름 더위 속에 남아 있는 만년설에 둘러싸인 알프스 산장의 아침 풍경은 언제 비가 왔는지 모를 만큼 고요했다. 그 풍경은 남은 모든 아침 동안도 지속적으로 등장하였으며 그것이 나를 계속 걷게 했다.
퉁퉁 부은 얼굴로 서로를 가리키며 누가 더 힘들었는지 첫날밤의 심정을 웃으며 나누었다. 산장은 정해진 시간에 아침과 저녁을 제공한다. 일반 식당처럼 자유로운 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아침 7시와 저녁 7시에 반드시 자리에 착석해야 했다. 점심은 8유로가량의 비용을 지불하고 주문할 수 있었다. 이것이 뚜르 드 몽블랑의 룰이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10시를 넘기자 다시 비바람을 동반하며 거세지더니 모든 풍경을 가렸다. "이제 다 봤지? 더 보려면 대가를 지불하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느린 걸음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니 이정표에서 제시한 시간 안에 하이킹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베테랑 산악인 두 명, 동네 산악대장 한 명, 동네 앞산에 오른 지 겨우 1년 된 한 명, 이렇게 구성된 <어쩌다 몽블랑> 팀이었다. 합창으로 치면 성악 전공자 둘, 합창단 출신 하나, 음치 하나가 모인 구성이었다. 산악인 두 명은 오르막에서 숨이 턱까지 차오는 오합지졸 막내를 뒤에서 쫓으며 앞으로 치고 달려가기도 하며, 저녁 식사 전 다음 쉼터에 도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마 그들은 나를 버리고 갔다면 절반의 시간은 단축되었을 것이다. 오르막이 심장을 괴롭혔다면, 내리막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무릎과 관절을 괴롭혔다.
쉼터에 도착하면 와인 한잔과 함께 하루를 되돌아보는 품평회를 갖는다. 산악인들을 가장 괴롭혔던 건 초짜 산악인인 내가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산행 중 내 앞에 놓인 장애물이 너무 커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릴 여유는 없었다. 쉼터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발을 감싸는 슬리퍼는 헤르메스의 날개를 단 듯,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을 선사한다. 알프스 산맥의 시원한 빙하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시간 내에 도착한 안도와 날 몰아붙인 몽블랑에 대한 원망이 담긴 등산화를 털어내며 내일을 위한 부탁도 잊지 않는다.
* 뚜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TMB):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몽블랑(Mont Blanc)을 둘러싸는 170킬로미터 길이의 루트. 이 트레일은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의 국경을 넘나들며, 3개 국가를 걸쳐 펼쳐진 절경을 즐길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