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뛰기=도약하기
숨 차오름과 함께 그대로 사라지는 것들.
모처럼 우두커니 있다 보면
어느새 주변이 조용해지고
시계의 초침 소리가 점점 커져간다.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그저 숨만 쉬고 있는 것인가-.'
차분한 숨소리가 참을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낮게, 최대한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며 여러 번 뛰기 시작한다.
몇 번 뛰지도 않았는데 금세 숨이 차오른다.
꽉 막힌 속을 잠시나마 밀어붙이면
잠깐의 숨 차오름이 생각을 밀어내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가 내 안에 자리잡기 전에
의미 따윈 없어도 의식은 하고 싶을 때,
또는 꽤 괜찮은 순간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는 이렇게 하루의 한 부분을 지워낸다.
위로 아래로 반복적으로 뛰어오르기란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어야 한다.
그대로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