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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발트 Apr 01. 2020

발 없는 새, 장국영을 기억하다

영화 '아비정전'



 그를 배우로 인식하기 시작한 때는 예술대학원에 입학하고 난 후였다. 얼굴을 따라 흐르는 선이 무척 아름답던 배우 '장국영'





 미술을 전공한 나에게 '이미지'란 굉장히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작업이 막힐 때마다 10대 시절부터 모아놓은 월간 만화를 읽기도 하고, 카페나 서점에 비치되어 있는 무료 잡지에서 에디터의 여러 글을 읽기도 했다. 마치 시험을 앞두고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은 사진앨범을 보는 느낌이랄까.

 큰 결심을 하고 들어간 대학원이기에 특별히 엄마가 노트북을 사주셨다. 이때부터 예술 영화를 접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에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레 '아비정전'을 감상했다.

 어둡고 칙칙하며 축축한 홍콩의 배경은 꽤 근사했다. 분위기가 다한 영화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예술가 마인드를 어쭙잖게 따르던 볼품없던 시절이니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외로움으로 현실을 떠돌아다니던 아비. 손을 뻗어 기꺼이 함께 하려는 수리진과 루루에게 그는 시간의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나에게도 공허한 대사와 슬프지만 영원한 자유를 선사했다.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에 꼭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때로 감성이 작업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나의 그림은 마음의 동요가 일어날 때 움직여지는 흔적으로 그가 열연한 인물에도 투영이 됐었다. 아비정전 외에 해피투게더, 패왕별희도 그러하다. 감정을 정의 내리기 어려울 때, 그에게 비친 나 자신의 이면을 보았다. 아니, 설령 다른 감정이었더라도 그렇게 치부해 버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모든 사람은 항상 스스로에게 관대하니까.

 그에게는 그를 돋보이게 하는 어떤 이유가 있었다. 유독 본능을 자극하는 눈빛을 지녀서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맡은 인물들 외에 우리에게는 그를 보여준 적이 없어서라는 생각도 든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2020년 4월 1일, TV 채널에서 어김없이 그의 추모영화가 방영됐다. 오랜만에 다시 본 아비정전, 아비는 여전히 위태롭고 애처롭다. 그러나 나는 그의 영원한 시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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