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단원을 마치며
안녕하세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는 작가 #라이팅게일 권영희입니다.
지난 4월 18일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Concentrix 라는 회사에서 2021년 1월 팀장으로 입사해 9개월 만에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얻고 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병가인 상태로 지내왔습니다.
캐나다 보험에는 'Disability'라는 특약이 있습니다. 몸이 아파 일을 못할 때 계약 사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월급의 약 60~80%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간 이 제도와 회사의 배려, 그리고 가족 덕분에 온전히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기한이 다 되어 보험회사에서는 회사에 저의 복귀를 통보했고 알고 보니 제가 일 했던 팀 규모가 반 이상으로 줄어 한 마디로 제 자리가 없어졌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제가 일하던 포지션과 비슷한 자리를 찾아보았지만 그간의 비즈니스 환경이 많이 바뀌어 마땅한 자리가 없어 부득이 해고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미팅이 수요일에 잡혔고 목요일에 통보를 받았으니 순식간에 일이 벌어진 셈입니다. 미팅 전에는 해고 통보까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이 일은 나에게도 회사에게도 가장 좋은 일이 될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인 덕분인지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름 아닌 '감사함'이었습니다.
감사 일기 덕에 감사함이 버릇이 되었는지, 그래서 여러 감정들 중 감사함이 가장 강력한 감정으로 자리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도 신기했습니다. 덕분에 미팅에 계셨던 두 분께 그간 회사의 배려에 깊이 감사드릴 수 있었습니다.
회사로 얼른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병가 첫 1년은 노심초사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어렵게 쌓은 커리어가 중단되었다는 생각에 괴로웠거든요. 그러다 2년이 넘어가고부터는 돌아가면 다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어쩌면 예고된 이별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지난 1월 #라이팅게일 이라는 필명과 함께 출사표를 던지며 작년 새로이 찾은 소명과 함께 다음 달이면 보험 회사 급여가 종료됨을 인지하고 있어 고민하던 중 이런 엔딩을 맞게 되어 한편으로 홀가분합니다.
그래서인지 해고 통보를 받은 당일에는 담담할 수 있었는데요.
이틀 째인 어제 여러 감정들이 물 밀듯 밀려왔습니다. <기간제 교사에서 유튜브 본사까지> 시리즈를 보신 분들이라면 짐작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의 해외 취업 도전의 가장 큰 성취가 바로 이 회사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무척이나 애쓰던 시간들과 정작 원하던 커리어를 펼쳐보지도 못한 채 이렇게 끝을 맺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힘겹게 쌓은 커리어가 너무나 아깝고 소중해서 제 손으로 놓기 싫었습니다.
제가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얻고 배운 것이 있다면 그 어떤 감정도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과거에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어떤 상자 안에 가둬 놓고 튀어나올 때마다 못질을 해가며 꼭 잠가놓았어요. 그러다 그 감정들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더니 상자 안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듯 터져버렸습니다. 그렇게 터진 것이 공황장애였습니다.
병가 기간 동안 그 원인을 깨닫고 과거의 상황과 감정들을 인정 및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품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이라면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있으며 또한 이런 여러 감정들은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특권처럼 느껴졌습니다.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연습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훈련 덕분인지 과거엔 이런 일이 있을때 감정에 압도당하거나 무시하며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했을 텐데요. 새로운 길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품는 것과 별개로 제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회사와 이별을 한 것이기에 제 마음은 두 동강이 났지요. 그러니 그런 미련과 아픔이 밀려오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 생각하니 아프면서도 감사한 마음으로 껴안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고생한 과거의 나 자신에게 사랑과 감사를 보냈어요. 이런 저를 보며 '나 정말 많이 회복했구나!' 싶어 한편으로 뿌듯했습니다.
제가 찾은 소명은 '나의 메시지로 세상과 사람들을 돕자'입니다.
작년에 제 나이가 만으로 41였는데요, 지난 40년은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살았다면 앞으로의 40년은 세상을 이롭게 하고 세상과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살겠다 결심하고 찾은 소명입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지만, 어렵게 쌓았던 커리어를 이어나가지 못해 마음 아프고 아쉽지만 한편으로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제가 커서(?) 무엇이 될지 굉장히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정말 많이 회복했지만 아직까지 집중력이 온전치 않은 관계로 며칠 전에 뵌 의사 선생님께서 완전한 복귀는 2-3달 정도 좀 더 지켜보자고 하셨는데요.
이왕 이렇게 된 것 회복도 마저 하면서 마음을 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요.
사실 <기간제 교사에서 유튜브 본사까지>를 잠시 중단한 이유는 곧 제가 몸담았던 회사 이야기가 나올 텐데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제는 확실히 해외 취업 도전기를 끝맺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동안은 링크드인에서만 연재했는데 이곳 브런치에서도 곧 준비해서 이야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제 커리어의 은인 Yeonsil Yoo 님과 Karen Floyd님에게 사랑과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이 여정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회사에 또 가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 제 인생의 해외 취업 도전기라는 한 단원을 여기서 마치려고 해요.
거대한 조직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어서,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귀한 기회를 주신 Concentrix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The True Man Show'의 마지막 대사로 마무리합니다.
"In case I don't see you,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한 판 잘 놀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