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맞이하셨나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 #라이팅게일 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어제 하루 종일 눈이 내렸고, 덕분에 오늘 아침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아름다운 풍경으로 맞이했답니다. 게다가 오랜만에 구름 없는 맑은 하늘에 해가 고개를 내밀었고, 온 세상이 하얀 가운데 햇살까지 비치니 하루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날은 너무 예쁘지만 이런 날은 무척이나 춥다는 게 함정입니다. 추워도 하루에도 몇 번씩 햇빛을 볼 수 있는 한국의 겨울과는 달리 캐나다의 겨울은 대부분 흐리고 비나 눈이 오기에 해가 나오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라디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비타민 D를 섭취하라는 광고가 나오고,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기에 정신 건강에 관한 캠페인도 자주 나옵니다.
어제는 아이의 올해 마지막 등교일이었습니다. 이곳은 새 학년이 9월에 시작하고 6월에 학년을 마칩니다. 그리고 새 학년이 시작하기 전 두 달간의 여름 방학을 제외하고 2주 정도 크리스마스 겨울 방학, 3월 한 주간 봄방학이 전부입니다. 생각보다 쉬는 날이 많지 않아 일정이 제법 타이트합니다.
어제 방학한 기념으로 친구네 집에서 슬립오버를 한 아이를 데리고 동네 한국 분이 운영하시는 베이커리를 찾았습니다. 몇 달 전부터 아이는 차이니스 레스토랑에서 서빙 보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사장님 내외분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찾았답니다. 일주일에 한 번 4시간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접시 닦고 서빙하며 힘들게 번 돈으로 사장님 내외분께 드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니 보는 저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사장님 부부는 두 분 모두 차이니스-캐나디안 1.5세대로 한 곳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데, 아르바이트 면접을 볼 때 질문들을 꼼꼼히 던지시는 건 물론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남다르셨어요. 예를 들어 식당에 오는 손님들은 거의 단골들이고 우리는 학생인 너를 절대로 다루기 힘든 손님들에게 노출시키지 않을 거라는 것, 어려움이 있을 땐 우리는 한 팀이니 언제든 물어보라는 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식당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꼼꼼한 트레이닝과 매뉴얼을 제공하고 트레이닝 기간에도 아이에게 급여를 지급하셨어요. 아이는 사장님 내외분의 깔끔하고 배려 있는 운영방식과 깨끗한 주방, 일을 마치고 모두 함께 모여 먹는 맛있는 저녁식사에 반해 이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남다른 철학을 가진 사장님께 보호받으며 일을 배우는 것이 참 좋습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가르쳐 줄 수 없는 것들을 배울 수 있고요. 개인적으로 집안일 및 정리하는 습관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가르친다는 것이 잔소리가 되기 일쑤인데, 아이가 식당 일을 통해 자연스레 배운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아르바이트하러 갈 때마다 즐거워해서 좋습니다. 거기다 사장님 내외분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따로 준비하는 선물이라니 감동이더라고요.
선물을 산 한국 베이커리 사장님 내외분도 참 좋은 분들입니다. 지난봄 무렵 사장님 내외분이 부모님 상을 치르기 위해 한 달 정도 가게를 닫은 일이 있었습니다. 베이커리를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자마자 그런 일이 있어 마음이 쓰였고, 다시 오픈한 소식을 듣고 달려가 마음을 담은 부의금과 카드를 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분들을 잘 모르지만 해외에 살면서 부모님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하고 대기하다가 다급하게 귀국해야 하는 마음이 남일 같지 않아 챙겨드렸어요. 생각지도 못한 부의금 봉투에 사장님 내외분은 당황하시며 눈물을 쏟으시더라고요. 그날 이후 사장님께서는 저희가 가기만 하면 뭘 자꾸 더 얹어 주시는데 오늘도 여김 없이 아이 선물에 주문하지 않은 빵 두 개를 더 챙겨주시고 예쁜 카드도 선물로 주셨어요.
오늘은 열흘 만에 수영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열흘간 머릿속이 혼탁하고 어제와 오늘, 과거와 오늘을 오가는 경계 없는 시간 속에서 나를 꼭 붙들고 있었고 이제 좀 어둑어둑한 숲에서 걸어 나온 느낌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걱정해 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연말은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지요. 올 한 해 감사한 분들이 너무나 많지만 특히 이 글을 읽어주신 당신께 너무나 너무나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늘 감사합니다.
사랑과 감사함을 담아,
라이팅게일 드림
P.S 사진은 한국 베이커리에서 레스토랑 사장님 내외분을 드릴 선물을 고르고 카드를 쓰는 아이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