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할 나이 따위
어찌 보면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다면,
나는 안 해도 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부모님과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결혼이나 직장처럼 외부요인이 아닌 본인의 의지로 독립을 해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독립을 하려고 하고, 주변에도 권하는 걸까?
독립을 아직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반드시 심도 있게 생각해야 하는 주제인 것 같다.
과거에는 이렇게 독립적으로 살지 않고 대가족들이 다 같이 살아왔었다.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생겨난 지가 10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는가?
같은 지역에 살면서 상황에 따른 이유 없이 오롯이 독립을 하는 것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자의로든 타의로든 가족 구성원이 따로 살다가 다시 같이 살게 되면 불편하겠지만
우리 가족은 특별한 공백 없이 아직도 계속 함께 살고 있는 상황이라서,
다시 같이 살게 되었을 때 느끼는 서로 간의 불편함을 아직은 느껴보지 못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우리 집을 보고
'여럿이 모여서 북적거리면서 살면 여전히 재밌겠다'라며 부러워하곤 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씩 보태시곤 하는데...
주변 어른들께서 나에게 종종 하시던 말씀이다.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이미 어마어마해진 집값 덕분인지, 돈이나 더 착실하게 모으라는 부모님의 말씀 덕분에 나는 아직 본가에서 그저 행복한 캥거루족으로 살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통상 20살이 지나면, 타 지역의 대학을 가거나 취업을 하는 등의 이유로 한 번은 어쩔 수 없이 자취를 시작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경험이 아직 없다.
통학버스가 잘 되어있는 학교라서 통학으로 대학 생활을 보냈고,
취업을 해야 할 시기에는 내가 타지로 취업을 했을 때, 신입으로서 받게 될 내 연봉과 그 연봉으로 감당해야 하는 주거비용을 비롯한 생활비를 따져보았다.
내가 타지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돈을 생각보다 많이 모으지 못하거나 누리고 살아갈 삶이 너무 팍팍해질 것 같다'는 단순하고도 나름에는 현실적인 생각을 기준으로 판단해서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 그대로 직장을 잡게 되었다.
현재 직장 역시도 차로 30분 내외의 충분히 통근이 가능한 거리라서 굳이 독립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현재까지도 본가에서 삶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살아보니 어느덧 오늘날의 서른한 살의 내가 되었다.
이러다가 몇 년이 더 지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