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에서의 Desk Research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보통 1-3개월 동안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이루어져야 하기에 기획 혹은 리서치 단계에서 시간을 들여 고민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방법론은 외면받기 쉬운 존재이다. 처음에는 Desk research에서 시작해 Persona까지 이어지는 그 일정한 단계를 밟지 못하는 것에 내심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을 내려놓고 생각하면, 사이드 프로젝트는 기획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방법론을 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좋은 것은 취하고 아쉬운 점은 최대한 보완하면서 진행하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조금 더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서 말한 일정한 단계 즉, '방법론'을 얼마나 따르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특히 기획과 디자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개발까지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라면 더더욱 그렇다. 팀의 목표는 '방법론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가 아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사용할 만한 서비스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 하면 기간 내에 무사히 출시할 것인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방법론은 필요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대로 방법론을 위한 방법론은 주의해야겠지만,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이용하는 것은 일정 부분 필요한 절차이다. 여기서 정의한 문제가 앞으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로 아이디어에 의존해서 서비스를 만든다면, 열심히 출시까지 했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처음 아이디어가 결정되고 난 뒤 실제 디자인까지,
그 짧은 기간 내 어떤 것을 하면 좋을까?
사이드 프로젝트의 기간, 인원 그리고 참여 목적 등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필요한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필요한 방법론이며, 하고 싶은 것은 평소에 해보지 못했지만 사이드 프로젝트이기에 시도해 봄직한 것들이다. 두 가지 모두 앞서서 말한 대로 방법론을 위한 방법론이 아니라는 맥락은 계속해서 동일하다.
사실 스스로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100% 방법론을 위한 방법론을 하지 않았다!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이런 마음 가짐을 진행한 프로젝트의 과정을 차근차근 소개해 보려 한다!
아이디어 선정 과정에 총 21개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관심도, 확장성, 독창성, 수익성, 자생성 총 다섯 가지 항목에 각각 점수를 매겼을 때 그중에서 '까먹지 말고 챙기자'라는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외출이나 여행을 할 때 소지품을 까먹지 않고 챙길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이다.
주제가 정해진 뒤 모든 파트가 모여 어떤 서비스가 되어야 할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요 기능과 부가 기능이 정해졌지만, 바로 디자인에 들어가기보다 이렇게 나눈 이야기들을 하나의 가설이라 생각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하였다. 최소한의 확인 없이 바로 디자인에 들어갔을 때, 나중에 수정 등으로 인해 더 많은 리소스가 드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초반 기획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더 고민하는 것이 멀리 보았을 때는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주제도 선정되고, 조금은 구체적인 기획까지 나왔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다양한 방법론이 있겠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디자이너 한 분이 공유해 주신 프로세스 중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며, 기간 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추려내었다.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에 대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번 글에서 다룰 Desk Research 단계에서는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확인하고, 다른 서비스와 어떤 차별점을 줄 수 있을지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고 진행하였다.
기획 배경과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 관련 자료 (기사, 논문) 등을 리서치하였으나, 우리 주제인 '소지품 관리'와 관련된 기사와 논문이 거의 없었다. '소지품 관리'는 다소 일상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거창한 사회 문제만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기에 우선 사용자의 직접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Field Research까지 마친 뒤 구체적인 문제를 설정하기로 하였다.
우리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와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지 파악하기 위해 Review Matrix를 진행했다.
소지품을 관리할 수 있는 어플, 체크리스트 어플들을 추려 사용한 뒤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Review Matrix는 이번에 처음 진행하게 되었는데 좋은 점이 많았다. 그동안 기획을 완료하고 보면 더 잘 구현된 서비스들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리 기존 서비스를 찾아보고, 차별점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특히 기능이 많지 않고 일정 패턴을 가지는 서비스를 기획할 때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다이어리 앱이나 마이페이지 같은 경우 말이다. 이런 서비스의 경우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는 패턴을 활용해서 기획하고 디자인할 확률이 높은데, 직접 사용하고 도표로 정리함으로써 각 서비스가 어떤 점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기능이 다른 경우가 있어 유용했다.
조사한 것들을 바탕으로 표와 같이 정리하였다. 다른 서비스에서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것. 즉, 우리 서비스만 모두 O 표시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있으니 실제로 구현 과정에서 지켜지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너무 이상적으로 O 표시를 해놓은 것 같아 그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말 핵심으로 가져가야 할 기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다면 어땠을까? 다만, 가능하다면 이런 기능들을 최대한 추가하자는 방향성을 설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검증 과정과 구현 가능성, 일정 등을 고려해서 우선순위를 선정하기로 하였고, 별도로 다른 파트의 생각이 의견이 필요한 부분은 비워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Review Matrix를 기반으로 포지셔닝 맵을 진행 하였다. 앞서 논문과 기사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한 분이 공유해 주셨던 글이 있는데, 이 중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문장이 있었다.
자주 까먹는다면 ‘까먹지 않게’가 아니라 ‘까먹어도 괜찮게’
적극적으로 소지품 관리를 도와 사용자가 까먹어도 괜찮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어플의 개입이 적극적인지 소극적인지에 따라 X축을 나누었다. 문제는 Y축이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기준들이 모두 서비스의 개입이 적극적인, 수동적인에 해당되었기 때문이다. X축을 바꿀 수도 있었지만 우선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주요 가치라고 판단되어 유지하였고, 최종적으로 '입력, 분류의 간편함'을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다른 파트와의 회의에서 '이러면 이 어플을 안 쓸 것 같은데'라며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우리는 소지품 등록 및 분류가 간편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서비스 방향성으로 설정하였다.
뒤이어 이어지는 필드 리서치 과정에서는 이렇게 설정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어떤 가설을 도출하고 또 검증하고자 했는지 다루어보려 한다. 과연 우리 서비스는 끝까지 이 방향성을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