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희 Apr 28. 2023

해결책은 심플하다.

맛있는 원두를 찾았는가! _ 1편

 



+ 에스프레소에 몰입하는 시간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진한 갈색의 걸쭉한 무언가가 ‘쪼로록’ 하고 나오는 것. 그것이 바로 에스프레소다. 
똑똑... 또독... 또독... 쪼로로록 하며 에스프레소가 포터필터 더블 스파웃 양쪽에서 샷 잔에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쪼록... 또독 똑똑...’ 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내가 가장 아름다워하는 에스프레소의 추출 형태다. 내가 원하는 아름다운 추출을 위한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이 모두 맞아떨어지는 날이 있다. 에스프레소가 ‘똑똑... 또독... 또독’ 하며 샷잔에 떨어지다가 반짝이는 영롱한 황금빛을 보이며 ‘쪼로로록...’하고 나올 때 나는 설렌다.  

_'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중에서.  






저 문장을 쓴 때가 카페사장 2년 차.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카페사장 7년 차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커피오일이 섞여서 꿀처럼 추출되는 에스프레소를.

더블스파웃에서 흘러내리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그렇게 나오면 커피는 더욱 맛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동안. 

투명한 두 개의 샷잔에 꿀처럼 흘러 내려오던 에스프레소가 더 이상 맛있지 않았다. 





+ 보이는 것과 맛이 다르다면


꿀처럼 쪼로록 흘러 내려오면 내가 좋아하는 맛이 나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은 것인지. 원두는 그대로인데 ‘아. 맛있다’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싱글빈'만의 독특한 커피맛이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곧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문제의식을 크게 갖지는 않았다. 코로나 감염자가 다시 속출하여 거리 두기와 영업제한이 강화되었던 2021년의 춥고 지루한 연말은 변화를 가질 생각 없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 해가 되고 웅크렸던 겨울을 지나 따스한 봄이 되었다. 맛은 여전히 그랬다. 평범하고 무난했다. 그제야 원두 로스팅 회사에 문의하였다. 답변은 카페의 기계 또는 여러 변수의 문제였다. 그리하여 나는 커피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심이 가는 부분들을 다시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룹헤드 안쪽이 마모되어 추출압력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니, 종이 가스켓을 고무가스켓에 덧붙여 끼워서 처음으로 장착도 해본다. 여러 변수를 주어서 맛을 보기 위해 테스트로 뽑아내는 에스프레소는 많아지고, 그럴수록 카페인 때문에 긴 밤을 그냥 지새운다. 피곤함이 지속되어 맛을 느끼는데 악순환이 된다. 컨디션 때문에 맛을 제대로 못 볼 수 있으니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2022년의 따스한 봄날. 단골이었던 지인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불쑥 커피맛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들면서 테스트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원하는 맛이 나지 않는 원두에 집착하나?’


“그럼 문제의 근원을 바꾸면 되잖아.”



그렇다. 원점으로 돌아가보면 해결책은 심플하다.







++ 2편에 계속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부모님께 다정하게 말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