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Unknown Dia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ina Aug 10. 2021

결국은 자연

자연속에서 자연의 일부를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


코로나 블루로 스스로의 기분을 갉아먹고 있던 요즘이었다. 폭발하듯 증가하는 확진자 기세에 눌려 지난 주말은 집콕을 예상하였다. 어딘가로 떠나기는 조심스럽고 쉬이 '여행'을 계획할 수 없는 때라 그런지 나의 몸과 마음은 더욱 집구석 1열을 자처하고 있었다. 정말 몸이 배배 꼬이는 답답함을 못 이기고 당일치기 혹은 반나절로 떠나는 게 그나마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정도였다.



엄마로부터 갑작스런 제안이 왔다. 친한 아주머니께서 양평에 있는 계곡에 새벽 일찍 다녀오신 후일담을 들으셨단다. 곧 다가올 가을을 맞이하기 전에 그정도 거리의 계곡에 훌쩍 갔다오면 어떻겠냐고. 그나마 간간이 숨통을 트고 사는 나에 비해 가게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동생들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더욱이 코로나와 휴가로 인해 동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드물어졌을테니. 손님이 없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열어놓고 있자니 쾌적한 환경을 위해 들어가는 유지비는 매출과 상관없이 지출해야 하고. 이도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의 연속이라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겠지. 이런 와중 기승을 부리는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계곡은 솜사탕과도 같았을 것이다. 동생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최대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피하고 싶었다. 더욱이 4단계인 곳도 피하고 싶었다. 인터넷 창과 지도를 샅샅이 뒤져 적당한 곳으로 판단한 홍천의 한 계곡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새벽 5시에 출발하니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계곡 근처에 있는 캠핑장의 매점에 주차했다. 주차비를 어찌해야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던 차 마침 눈을 비비적거리며 매점으로 걸어나오신 사장님을 만나 주차료를 지불하고 짐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 이게 바라던 거야. 쏴쏴 쏟아지는 계곡을 얼른 느끼고 어서 사라지자. 너른 바위 위 평평한 공간, 한 팀 정도 있을만한 곳에 돗자리를 깔았다.



아침 7시 계곡에서 산의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고개를 들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바라본 계곡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였다. 울창한 나무와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에서 느끼는 아침의 고즈넉함이 피톤치드와 섞여 온몸을 정화시켰다. 이 광경을 보고만 있을 순 없지. 맑은 물에 발을 내딛었다. 뜨앗. 온 몸을 타고 흐르는 한기가 머리에 꾕과리를 치는 듯했다. 짜릿한 느낌과 함께 물 속으로 한 발씩 나아가면서 나의 키는 점점 작아졌다. 왜 정신수양 하는 사람들이 냉수마찰을 하고 고요한 산 속에서 하는지 알 것 만 같았다.



맑디 맑은 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살에 깎이고 깎여 둥글해진 자갈들이 서로를 엉겹고 있었다. 그들을 배경삼아 몸을 살랑이며 유유히 헤엄쳐가는 송사리가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1급수에 사는 송사리를 만나다니. 물이 이끼색깔로 그러데이션되어 진해지는 부분은 얼마나 깊을지 불쑥 겁이나기도 했다. 수심이 낮은 곳부터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곳까지 왔다갔다하며 철저히 자연과 하나가 되어갔다.



9시가 넘어가니 사람들이 하나 둘 계곡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껏 물을 소유하고 있던터라 아쉬움도 있었지만 짐을 두었던 자리로 돌아가 준비해온 음식들을 먹고, 자리에 누워 파란 도화지에 그려진 초록색 손짓들을 보았다. 12시쯤 우리는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연에서 시작된 전염병으로 자연의 일부인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또다른 자연을 통해 아픈 마음을 힐링하고 또 하루를 즐겁게 살아낼 에너지를 얻었다. 시작도 그랬듯이 결국 사람은 자연과 함께해야 하는 듯 했다. 몰래 왔다 간 손님이 아니라 진하게 자연을 즐기고 사람들과도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자연을 접하길 바라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옥문이 열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