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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없는 MZ세대

by 벤자민 Benjamin


요즘 것들을 왜 이렇게 개념이 없을까? 이 정도면 사실 '개념 없음'이 신세대의 존재 목적이 아닐까? 논란의 주인공인 MZ세대의 입장에서 무개념 논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8~19세기 예술계 전통적인 아카데미 교육에서는 정해진 규범에 따라 '사과'를 개념적으로 그리도록 했다. 사과 다운 빨강, 사과 다운 질감, 사과 다운 표현. 이상적인 사과의 이미지를 정해놓고 그것을 그대로 옮겨 그리게 훈련시켰다. 틀에서 벗어난 그림은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일부 젊은 화가들은 이 규범을 답답해했다. 에두아르 마네가 그중 한 사람이다. 마네는 전통적 방식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그의 사과는 개념적이지 않았고, 기본적인 원근법도 지키지 않았다. 예술계는 그의 그림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이후 새로운 예술의 시대가 열리는 데 영향을 주었다.


철학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7세기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수학적/기하학적 방법을 철학에 도입해 확실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서구 철학이 '명확한 개념 설정'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흐름에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계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통해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진리를 구축하려 했다.


하지만 20세기 철학자 자크 데리다와 질 들뢰즈는 이런 전통적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표상'과 '재현'에 의존하는 철학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데리다는 의미가 고정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냈고, 들뢰즈는 동일성보다 ‘차이’와 ‘생성’을 강조했다. 말 그대로 기존 개념의 틀을 해체하고 새로운 사유 방식을 제안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법과 도덕, 문화, 상식 등은 오랜 세월에 걸쳐 단단한 '개념의 탑'을 쌓아 올렸다. 심지어 취향 영역에서도 '스테이크와 레드 와인, 해산물과 화이트 와인' 같은 은근한 룰이 존재한다.


하지만 MZ세대들은 기존의 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업무 효율을 위해 에어팟을 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학교가 머리 모양을 규제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어쩔티비, 퉁퉁퉁사후르 등 의미 없는 말장난이나 밈, 규칙성을 찾기 어려운 유행에 열광한다. 김밥과 와인을 페어링 하기도 한다.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무개념'이 아니라 '기존 개념 해체'에 가깝다.


신세대는 늘 기존 세대가 쌓아둔 틀을 거부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개념 있는 신세대'란 없다. 개념이란 항상 기성세대의 것이었고, 신세대는 그것을 깨뜨리고 다시 세우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세대에게 '개념 없음'은 사실 칭찬에 가깝다. 기성이 세워 놓은 틀을 거부하고, 새로운 틀을 정립하려는 기특한 움직임이다. 변화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자, 시대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기존 개념을 해체하고 다시 정립하는 순환' 속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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