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안 맞아서 못 놀겠네.“ ”너 좀 변했다?“
나는 아직 이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들어본 적도, 한 적도 없다. 누군가의 급이 급격히 높아지지도 않았고, 누군가가 갑자기 큰 성공을 이루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맞지 않는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기도 하다. 서울로 대학을 오며 고향 친구들과 멀어졌고, 하와이와 실리콘밸리를 다니며 서울 친구들과 멀어졌다. 서울로 돌아오니, 하와이 친구들, 실리콘밸리 친구들과 다시 멀어졌다. 마치 지하철에서 부대끼는 사람들처럼, 방향과 속도, 목적지가 같은 인연을 만났다가 헤어졌다.
시절 인연을 맞이하고 보내주며 20여 년을 지냈다. 그런데 이쯤 되니 평생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도 생겼다. 보통 오랜 기간에 걸쳐 만난 친구들이다. 우연성이 겹쳐서 자주보고 다시보곤 했는데, 일부러라도 만나서 오래오래 많은 시간을 나누고 싶은 친구들이 생긴 거다.
그런데 참 아쉬운 건 어찌 되었건 시절 인연이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내 마음과 네 마음과는 다르게 어쩔 수 없이 다시 서먹해지고 멀어진다.
그중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데, 바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하느라, 가족을 돌보느라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어진다.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만나는 모임마저도 현실적으로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계속 유지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누군가와 만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급이 안 맞아서 못놀겠네“, ”너 좀 변했다?“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큰 욕심인걸 알지만 난 내 가족뿐 아니라, 친구에게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름대로 방법이랍시고 찾은 건, ‘돈’을 많이 버는 거다. 보통 시간 부족은 돈 부족과 연관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돈이 부족하기에 일할 시간을 늘려야 하고, 그러면 친구는 물론 가족과의 시간도 밀려난다.
지금 그나마 시간이 있을 때, 이 시간을 미래에 계속 투자하려고 한다. 지금의 시간을 이용해 돈을 많이 벌고, 돈을 가지고 미래의 시간을 살 것이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물론,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까지 넉넉히 갖고 싶다.
여기까지는 나의 욕심, 나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친구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 친구 또한 자신의 시간을 내야 한다. 나만 시간이 있고 친구가 없으면 만나기 힘든 건 매한가지다. 나만 시간이 많다면 시간이 많은 친구를 새로 사귀게 될지도 모른다. 참 아쉽다. 나는 돈 많은 친구나 시간 많은 친구보다는 추억 많은 친구가 더 좋은데.
나도 잘되고, 친구들도 잘 됐으면 좋겠다. 열심히 자기 삶을 잘 일구었으면 좋겠다. 나도 최선을 다할 테니 함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