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과 주식투자

존 보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by 벤자민 Benjamin

투자를 시작했다. 매년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주식계좌에 자동이체를 걸었다. 예전에 간간히 핫하다는 특정 종목을 매수하기도 했지만, 오르고 내리는 것만 재미있게 구경하다가 팔 타이밍을 놓쳐 그대로 묵혀둔 것들이 두어 개 있었다. 별다른 소득 없이 내 시간과 정신만 축내었던 투자 경험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시작했다. 투자 종목은 대부분 ETF이다. S&P500, 나스닥 100 등 인덱스 펀드, 지수 추종 종목에 적립식 매수를 걸었다.


투자 공부 중, ‘존 보글’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투자하면 ‘워렌 버핏’ 밖에 몰랐다. 근데 보글이 버핏에 버금가는 인물이라니, 그의 업적이 궁금해졌다.


그의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이건 옮김, 비즈니스맨, 2007)를 펼쳤다. 옮긴이는 존 보글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나는 존 보글을 존경한다. 보글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불필요한 투자의 고통과 좌절에서 해방되었고, 본연의 업무와 인생에 충실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 존 보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이건 옮김, 비즈니스맨, 2007


내가 여태 투자를 망설였던 이유는 묶이는 돈 때문이 아니라, 묶이는 내 시간과 정신 때문이다. 주변에서 투자로 얼마 벌었는지를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이 말을 참느라 힘들었다.


순식간에 돈 복사 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신적 에너지를 투여한 결과가 아니냐고. 차트를 들여다보는 시간, 가슴 졸이는 마음은 무엇이냐고. 불로소득인척 하지만 어찌 보면 더 힘든 노동을 한 것이지 않느냐고. 그 시드 가지고 30% 수익 낼 바에, 시드를 늘리는 돈벌이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내 주변인은 아직 20대라 대부분 시드가 크지 않다)


만약 마이너스가 나면 정말 최악이다. 시간은 시간대로,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썼는데 오히려 돈을 잃었으니까. 물론 멘탈을 잡고 물타기를 하며 반등을 노려볼 수 있겠지만 알다시피 주식시장은 나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영역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불확실성에, 작은 수익에(시드가 작아서..)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하고 싶지 않았다.


존 보글은 이 문제점을 50년 전부터 간파한 듯하다. 활발한 주식투자가 세계 경제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정작 투자자 개인의 삶은 음봉 양봉이 교차하는 삶, 희비가 엇갈리는 삶, 즉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본 것이다.


현생에 충실하면서도, 주식으로 자산을 증식할 기회를 준 존 보글. 정직하게 부자가 되려는 합리적인 투자자들에게 성인으로 추앙받을만하다. 나는 존 보글의 업적에 감사하며 그의 유산이 우상향 하는 쪽에 베팅을 해보기로 했다.


하루하루의 풍요로움도 챙기면서, 차근차근 부자가 되자. 모든 투자자의 성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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