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는 배우지 않을 테야

하지만 J-POP은 좋아해

by 벤자민 Benjamin

요즘 나는 한국어나 영어 가사의 노래는 듣지 않는다. 그 노래의 메시지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박히기 때문이다. 노래를 음악으로 즐기기보다는, 하나의 '언어'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뉴에이지, 클래식, 재즈를 좋아한다. 명확한 언어 없이, 오롯이 음과 박자로만 전해지는 공기의 파동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음악을 어떠한 '의미'로 듣기보다는 말초적 고막의 떨림으로만 순수하게 즐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음악들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너무나 차분하고 편안한 나머지 가끔 잠이 솔솔 온다는 것이다. 저녁이나 주말과 같은 날엔 더없이 좋은 음악이었지만, 출근길이나 일하는 중에 이런 걸 듣기엔 현실적으로 좋지 않은 음악이었다. 차분한 저녁의 분위기에 바삐 일하는 낮의 에너지가 섞여 들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오롯이 쉼을 위한 음악을, 일할 때도 들으면서 감성을 혼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듣기 시작한 것이 일본 음악이다. 가사 중에 익숙한 발음이 들리긴 했지만 정확한 뜻은 몰랐다. J-POP 특유의 경쾌함에 사람의 목소리가 덧입혀졌을 뿐이다. 가사를 어떤 의미가 담긴 '언어'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내는 '소리' 정도로만 인식할 수 있었다. 마치 뉴에이지와 클래식, 재즈를 즐기듯 악기 '소리'와 목 '소리'를 즐겼다. J-POP이 내뿜는 에너지는 출근길과 일할 때 안성맞춤이었다.


음악을 언어가 아니라, 소리 그 자체로 즐기고 싶다. 언어를 모르기에 그 언어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J-POP을 듣는 이 즐거움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이 노래가 사랑 이야기인지, 이별 이야기인지 알고 싶지 않다. 그저 드럼의 비트, 기타의 울림, 목소리의 파찰을 그 자체로 느끼고 싶다.


일본어는 배우지 않을 테다. 그게 내가 일본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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