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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재바이브 Oct 27. 2024

파생 4 - 힙합의 탄생

  존 작품의 특정 부분 또는 어떤 특성을 이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파생의 기법은 대중음악에서도 자주 쓰인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즐겨 듣는 ‘힙합’ 음악은 파생을 통해 탄생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초 자메이카 출신의 DJ Kool Herc는 뉴욕 브롱크스 지역의 한 하우스파티에서 새로운 DJing 기술을 선보였는데 그것이 오늘날 힙합의 기원이 되었다.


 그는 노래의 중간에 위치한 ‘브레이크(노래의 절과 절 사이에 가사 없이 드럼비트가 강조되는 구간)’ 부분을 두 개의 턴테이블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틀며 파티의 흥을 돋웠다. 그는 20초 안팎의 브레이크 구간을 두 개의 턴테이블을 오가며 4~5분씩으로 늘렸는데, 이는 가사 없이 드럼비트로 나오는 이 부분이 댄서들이 춤을 추기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Kool Herc는 이 브레이크 구간에서 멋지게 춤을 추는 사람들을 ‘b-boy’, ‘b-girl’ 이라 불렀고 이러한 춤을 ‘break dance’라고 칭했다.

힙합의 창시자,  DJ 쿨 허크

 그리고 이 때 그는 신나는 느낌을 더하기 위해 즉흥적인 멘트를 넣었는데, 이것이 바로 rap의 기원이 되었다. 그가 흥을 돋우기 위해 사용한 "Rock on, my mellow!",  "B-boys, b-girls, are you ready? keep on rock steady", "This is the joint! Herc beat on the point", "To the beat, y'all!", "You don't stop!" 같은 속어(slang phrases)들은 힙합의 압운 형식(rhyming style)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힙합 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DJing’, ‘break dancing’, ‘rap(emceeing)’ 모두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셈이다. 


 위의 사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작품 또는 완성품의 특정 부분을 확장해 새로운 전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파생의 한 방법인 ‘부분의 전체화'이다. 힙합에서는 아직도 많은 히트곡들이 다른 노래의 특정 구간을 모티프로 삼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힙합 듀오 ‘리쌍’의 데뷔곡이자 히트곡인 ‘Rush’는 1971년도에 발매된 미국의 ‘The Stylistics’의 ‘You are my everything’의 메인 멜로디를 그대로 차용해 만들었다. 원곡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메인 멜로디 구간을 Rush에서는 노래 전체에 사용하며 찰진 랩을 더해 새로운 노래로 탄생시켰다. 


MC Hammer 의 앨범 디자인

 1990년 발매 후 미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메가히트를 기록한 MC Hammer의 ‘You can’t touch this’도 Rick James의 곡 ‘Super Freak’의 기타 리프를 샘플링(기존 음반의 음원 중 특정 부분을 그대로 따서 쓰는 음악기법)해 만든 곡이다. 이 곡은 랩(힙합)이 더 이상 팝 음악의 변방이 아닌 주류로 떠오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 곡이 포함된 ‘Please Hammer don’t hurt’em’은 빌보드 앨범 차트 최초로 랩 음악으로 1위를 차지했고 무려 21주 연속으로 1위를 유지했다. 앨범 판매량으로만 전세계에서 1,800만 장이 넘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앨범에 수록된 13곡 중에 공식적으로 샘플링을 했다고 인정한 곡만 8곡이니 ‘부분의 전체화' 기법이 사용된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다른 메가히트 곡인 Vanilla Ice의 ‘Ice Ice Baby’도 Queen과 David Bowie의 노래 “Under Pressure”의 베이스라인을 그대로 따서 만든 곳이다. 


 그가 뮤직비디오에서 보여 줬던 ‘토끼춤(Roger Rabbit Dance)’은 한동안 우리나라 가요계와 댄스계를 휩쓸기도 했다. MC Hammer는 이 곡과 앨범으로 1990년 MTV Video Music Awards와 1991년 Grammy Awards를 휩쓸었다. 특히 그가 Grammy Awards에서 순간이동 마술과 함께 보여준 ‘You can’t touch this’ 무대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즉흥적인 멘트를 넣었는데  춤을 흥겹게 춤을 췄고 Kool Herc는 여기에 신나는 느낌을 더하기 위해 즉흥적인 멘트를 넣었는데, 이를 다른 DJ들이 차용하며 유행하게 되었고 결국 힙합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기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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