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코끼리를 죽이는 방법
코끼리는 지구 상 가장 위대한 동물로 손꼽힌다. 그들의 커다란 몸집과 아름다운 상아는 우리 인간과는 비교될 수 없는 생명체임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여기까지 우리가 코끼리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생각들. 하지만 우리가 직접 보고 있는 코끼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실 우리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그들이 이야기. 나는 지금 그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큐멘터리 휴머니멀 2부는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보호되고 있는 코끼리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프리카 코끼리와는 다르게 상아가 없는 아시아 코끼리.
다행이다, 너희는 밀렵을 당하지는 않겠구나.
"(코끼리의) 눈이 멀었어요. 눈이 먼 코끼리가 저쪽에 17마리 더 있어요" 코끼리에게 밥을 주던 프레젠터 유해진 씨에게 생태공원 설립자 생두언 차일러트 씨가 말했다.
"왜 그러는 거죠? 선천적인 건가요?" 우리 눈엔 그저 평범한 코끼리들과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코끼리, 무슨 문제라도 있었을까. 궁금증을 가지는 유해진 씨에게 차일러트씨는 태국의 코끼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대체 이곳의 코끼리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시아 코끼리들은 사람들 태우는 교통수단이 되기도 하고 서커스, 사원 축제 등 각종 행사에 이용된다. 생태공원에 있는 코끼리들은 그곳에서 뇌에 문제가 생길 만큼 학대를 받다가 이곳으로 오게 된다.
티키리를 아시나요?
태국 코끼리의 90% 이상이 이 관광상품에 동원된다.
스리랑카에서도 그곳에 50년 이상 고된 노역에 동원된 코끼리, 티키리가 있었다. 말도 안 되게 마르고, 다리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했던 티키리는 축제를 위해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티키리는 2019년 14일간 열린 스리랑카 종교 축제인 페라헤라에 동원된 60마리 코끼리 중의 하나였다. 코끼리들은 매일 밤 사람들이 축복을 받았다는 기분이 들도록 수 킬로미터를 걷는다고 한다. 사진이 공개되고 동물 학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스리랑카 관광부 장관은 티키리를 공연에서 제외했지만 결국 그런 모습이 매체에 발견된 지 한 달 만에 죽었다.
그들이 복종시키는 방법, 복종당하는 이유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우리보다 몸집도 크고 힘도 센 코끼리를 복종시킬 수 있었을까. 그리고 코끼리는 대체 왜 저항 한번 하지 않고 인간의 말을 따르는 것일까.
파잔 의식
코끼리의 야생성을 없애고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 4~5세 때 어미와 분리해 극도의 고통에 노출시키는 의식.
그곳의 코끼리들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아주 잔인하게 학대받는다. 조금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칸에 가두어 사람들은 쇠꼬챙이로 몸과 발을 마구잡이로 찌른다. 그들의 온몸은 곧 수십 개의 구멍이 생기고 피가 흐르지만 그들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대부분의 코끼리들은 이 의식이라 불리는 과정에서 죽는다. 또는 그 충격으로 장애가 생긴다고 한다.
그들의 피부는 이미 피고름이 굳어 염증이 생기고, 눈이 멀고, 제대로 서있지 조차 못한다. 비로소 완벽하게 쓸모없어진 다음에야 생태공원으로 버려질 수 있다. 생태공원으로 이송되는 코끼리의 눈은 허공을 보고 있다. 곧 코끼리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처음 마주하는 바깥바람에 눈이 시렸을까, 그게 아니면 본인이 지금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을까.
생태공원에 도착한 코끼리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이고, 평생 함께일 것 같았던 족쇄를 풀어줬지만 이제 영원히 제대로 걸을 수 없다. 사람들에게 학대를 받은 기억도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차일러트씨는 이런 코끼리들을 구조하고 있다. 생태공원의 약 86마리의 코끼리는 모두 이렇게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의 코끼리들은 비로소 자유롭다. 이곳은 코끼리들에게 아마 자신이 죽은 뒤 오게 된 천국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사실 그들은 이미 수천번 죽었다.
하지만 공원 밖을 나서면 여전히 태국의 4000마리가 넘는 코끼리들이 관광상품으로써 이용되고 있다. 막대기를 나르고, 사람을 태우고, 그림을 그리며 서커스를 한다.
관객들은 꽉 차있고, 환호한다. 족쇄를 차고 바닥을 기는 코끼리. 사람들은 익숙하게 기다란 꼬챙이를 가지고 코끼리의 등에 탄다.
우리는 모두 코끼리들을 이렇게 죽였고, 지금도 죽이고 있다. 과연 그들과 공존이 가능할까. 간단하게 생각하면 코끼리는 사실 절대 그럴 수 없는 동물이다. 그들은 야생동물이다.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몰랐을까? 코끼리의 코를 한번 만져보기 위해, 등에 한번 타보기 위해, 기념사진을 위해 사실은 모르는 척했잖아. 차일러트씨는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나는 아마 평생 부끄러움에 아무 답변도 하지 못할 것 같다.
"코끼리를 보고 눈물은 누구나 흘릴 수 있어요,
하지만 땀은 누가 흘려줄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