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무엇을 위해 코끼리를 죽였는가
휴머니멀
MBC 특집 2020.01.06. ~ 2020.01.30. 5부작
야생동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들떠있던 박신혜 배우. 휴머니멀 다큐멘터리를 기다리던 나의 모습도 그랬다. 사육사였던 나도 동물원에서는 알 수 없는 야생동물들의 삶은 오직 이렇게 특집으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휴머니멀에선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다큐멘터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적나라하고 충격적이었던 사실들을 보여줬다.
시작은 이 세상의 가장 위대한 동물인 코끼리를 만날 수 있는 보츠와나에서 시작한다.
어미 몸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아기 코끼리들을 포함한 코끼리 무리를 보면 아프리카의 코끼리가 정말 멸종되어가는 게 사실일까 의문스럽기도 했다.
보츠와나에만 13만 마리가 넘는 코끼리가 있고 그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국경 없는 코끼리회 대표' 마이크 체이스 박사를 만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인간의 추악하고 가장 잔인한 실태를 마주한다.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겨우 찾은 코끼리의 사채는 초원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는 악취를 내뿜는 사채. 죽은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건조한 아프리카 기후에서 그 사채는 금세 가죽만 남겨졌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채의 모습. 바로 얼굴이 없었다.
대체 이 코끼리는 어쩌다 얼굴의 반이 통째로 없이 남겨졌을까. 그의 답은 밀렵이다.
밀렵꾼들은 상아를 위해 코끼리를 죽였다. 꽤나 큰 상아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코끼리의 상아를 보다 완벽하게 얻기 위해서 코끼리의 얼굴을 통째로 도려냈다.
하지만 그 거대한 코끼리에게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그들의 인간성을 상실한다.
밀렵꾼들은 코끼리의 척추를 잘라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코끼리의 몸은 마비되고 어느 곳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전기톱으로 얼굴을 잘라내는 동안 코끼리는 살아있다.
의외로 밀렵꾼들은 총을 잘 쓰지 않는다. 총소리가 퍼지면 여러모로 곤란하고 그렇게 아낀 총알로 한 마리라도 더 죽일 수 있기 때문에. 2달 동안 그곳에서 밀렵된 사체만 25마리. 그 증거물들은 모두 같은 모습이다.
최악의 경우 밀렵꾼들은 코끼리가 총에 맞아 죽으면 피부를 벗겨 그 사체 안에 독을 넣는다. 그 사체를 먹은 독수리가 떼죽음을 당한 덕에 그들은 위치를 숨길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밀렵 방법은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성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2017년 이후 상아를 위한 밀렵은 국제적으로 모두 금지되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밀렵은 더 늘어간다고 한다. 상아 거래가 불법이 되면서 가격이 오히려 치솟았기 때문이다. 상아의 값은 킬로그램당 이천 달러,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아시아 시장에서 상아는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빠른 속도로 멸종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경 없는 코끼리회'는 현재 큰 상아를 가지고 있는 코끼리들을 모아 따로 관리하며 보호하고 있다. 그들은 코끼리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설치하고 이동경로를 파악한다. 마이크 체이스 박사의 소원은 그 코끼리들이 그곳에서 살아있다는 걸 다른 이들이 영원히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GPS를 단 약 186마리의 코끼리들 중 6마리가 밀렵당했다. 그들을 안전하게 하는 최선의 대책 속에서도, 코끼리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다.
보츠나와의 코끼리 보호센터에는 많은 어린 코끼리들이 있다. 그 코끼리 새끼들은 모두 눈앞에서 부모의 죽음을 목격했다. 동물들 중 기억력이 가장 좋은 코끼리는 그 모습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자라난 코끼리들은 인간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의 어떤 사과도 그들에게 받아들여질 방법은 없다.
과연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밀렵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사실 나는 관심조차 있었을까.
밀렵을 제외하더라도 인간은 코끼리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다. 그들의 영토를 빼앗았고, 서식지를 파괴했다.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코끼리에 대해서, 나는 무지했다.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는 궁금해하지도 않은 채 나의 욕구만 충족시키기에 바빴다.
나는 동물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감정에게 나는 과연 자부할 수 있을까. 장담하건대 이 감정은 절대 자랑스러울 수 없는 일방적인 감정이다.
보츠와나 정부는 오히려 2019년 9월부터 코끼리 포획 금지 정책을 해제하고 사냥을 허가하기로 했다.
인간은 어떤 이유에서도 동물의 자유를 빼앗을 수 없다.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간에게 그들의 서식지와 자유를 빼앗기고 가족과 자기 자신을 잃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내가 '보츠와나의 국경 없는 사회'처럼 행동할 수는 없어도 우리는 항상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에겐 너무 사소한 그 행동이 동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보츠나와의 코끼리와 같이 어디선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