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굴비 장사를 하신다.
작은 아버지가 광주에서 굴비 총판 사업을 하시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고모는 굴비 장사를 시작하셨다.
그러던 중 작은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어 다른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고모는 굴비 장사를 그만두고 아버지는 다른 분께 물건을 납품받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굴비며 고등어며 갈치, 동태, 각종 젓갈 등 없는 게 없는 만물상 같은 장사를 이어가고 계신다.
대목을 앞두고 굴비 장사가 안돼 걱정이 많아진 아빠 목소리가 맘에 쓰여 여기저기 홍보를 했더니 주문이 제법 들어와 아침부터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문 들어온 것들 이야기하다 보니 아빠가 얼마 전 태어난 여섯째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장사꾼이라 벌써 백일이 다 되어가는 여섯째의 얼굴을 한 번도 보러 오지 못해 그저 미안한 아빠의 마음이 수화기를 타고 넘어온다.
얼마 전 누군가 여섯째가 태어나고 얼마나 힘든지를 물었는데 정말 하나도 힘들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애를 다섯이나 낳아 이제는 눈감고도 키우겠다, 애 키우는 게 제일 쉽겠다, 발로 키우는 거 아니냐 등등 만능 육아 박사가 될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다섯 아이 어떻게 키웠나 싶게 초보 엄마처럼 바둥댈 때도 있다.
그래도 힘들지 않다는 건 몸과 마음의 지침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섯 중 셋은 22개월 차이밖에 안 날 정도로 또래 같은 연년생이다.
뒤 이어 낳은 둘 다 연년생으로 고만고만한 강아지 같은 다섯 아이를 키우다 보니 누가 예쁘고 안 예쁘고 힘들고 안 힘들고 재어 볼 틈 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육아를 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열심히 키웠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손짓, 발짓, 표정 하나하나, 오줌똥 그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볼 여유가 없었나 싶게 여섯째는 그 모든 게 그저 사랑이다. 입에서 너무 귀여워, 너무 예뻐, 아이고 귀염둥이가 끊임없이 나온다. 울어도 예쁘고 자도 예쁘고 똥을 싸도 예쁘고 떼를 써도 예쁘다. 어쩜 이렇게 매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한지 나머지 다섯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너무 많기도 너무 늦기도 해서 낳을까 말까 고민했던 이 아이를 결국 내 품에 주신건 정말 신의 선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아이가 나한테 '사랑'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섯째가 태어난 후로 나머지 다섯 아이도 더욱 소중하고 애틋해지는 게 이제야 내가 부모라는, 엄마라는 자리의 축복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아빠한테 이 모든 말을 하며 요즘 정말 여섯째 보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다 울컥해서 눈물을 쏟았다. 느닷없는 눈물바람에 아빠는 아마 내가 애써 행복하다고 한다 오해할 것만 같았다.
"아빠 내가 진짜 힘들면서 안 힘든 척하면서 우는 게 아니고 사실은 어제 애들 진로 문제로 신랑이랑 이야기하다가 말싸움을 좀 했는데 신랑 말에 서운하던 게 아빠랑 통화하다 보니 위로가 되고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눈물이 난 거야~ 나 정말 행복하게 즐겁게 잘 살고 있으니 내 눈물 맘에 두지 말라고!"
"사람이 살다 보면 늘 좋은 일만 있더냐,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거지..."
수화기 너머로 들린 서로의 고요한 숨소리에는 난 괜히 울어 아빠를 걱정시킨 것 같은 죄송함이, 아빠는 애 여섯 낳아 키우는 딸아이 걱정되는 안타까움이 뒤엉켜 있었으리라.
법륜스님 강의에서 마음에 콕 박히던 한마디가 있다.
"좋은 일 나쁜 일로 보지 마라. 이런 일 저런 일로 생각하라."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고 들어주시는 아버지 내 곁에 있음에 오늘 하루도 힘내어 살아갈 수 있음이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