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 지나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미수 Jan 22. 2022

내 브런치 글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품의 기준에 관한 생각


이건 내가 1년 전 글을 읽다가 수정 발행하고 멘탈이 나가 쓰는 글이다. 별로 수정한 건 없고 그저 띄어쓰기가 두 칸 된 걸 한 칸으로 고쳤다. 순간 언짢아졌다. 발행 후 며칠 내에 수없이 많이 고치고 한 달까지 계속 수정해도 좋은데, 1년 전 쓴 글을 손대는 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신경 쓰인다. 이렇게 들락날락하며 수정할 수 있는 글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나?


작품이란 무엇인가. 작품의 기준을 생각해보았다. 작품이란 한번 발표하고 나면 많은 사람이 봐주고, 고정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이 잡지에 실리거나 책이 출판되면 공식적인 기록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근데 브런치, 블로그에  글은 언제든지 수정해서 발행할  있다. 물론 수정 발행을 해도 화면에 보이는 발행일자는 여전히  처음 발행했던 날짜다. 최종 수정일이 표시된다거나 ‘ 글은 수정되었음이라는 표시는 없다. 누구도 내가  글을   어떻게 수정했는지 모른단 말이다. 근데도 나는 매우 신경 쓰인다. 아무래도 강박증인  같다.




나는 매번 글을 발행한 후 빈번하게 수정을 한다. 내용을 뜯어고치는 건 아니고, 그냥 단어를 수정하거나 비문을 고치는 정도? 문단 간격을 조절하고, 띄어쓰기 바로잡고, 키워드 바꾸고, 매거진을 옮겨 재발행하고 또 뭐가 있지? 아 가끔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바르게 수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매번 조금씩 자잘하게 수정한다. 글 발행 후 이틀 내에 가장 많이 수정을 하는 것 같다. 일주일이면 거의 글이 고정된다.


내가 내 글에서 발견한 제일 황당한 오류는 타이머를 타임머신으로 잘못 적은 것이다. 타임머신을 설정? 너무 웃겼다. 그래도 이 정도는 귀엽지. 내가 진~짜 민망하고 괴로웠던 건 틀린 문장을 올렸을 때다. 경제지식에 관한 건데, 살짝 오류가 있는 대로 2주간 발행되어있었다. 잘못된 점을 인식하고 부랴부랴 수정할 때는 으악 진짜 민망했다.. 무식함을 만천하에 드러낸 느낌.


그래도 이건 한 달 내에 수정한 거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지.




그니까 내 마음은 이런 것 같다. 퇴고를 잘해서 한 번에 깔끔하게 나오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한 달 내에는 수정이 끝났으면 좋겠다. 한 달까지는 내 마음이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오래된 글을 흔적도 없이 수정하는 건 영 맘에 걸린다. (여태껏 자잘하게 많이 수정했다..)


지금도 옛날 글을 다시 읽을 때면 자꾸만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발견되고 그래서 수정하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그때면 선택 장애가 온다. 고칠까 말까. 환장하겠네. 예전 글을 읽지 말아야 하나..


그만하자. 아니 브런치 글이 뭐라고 이렇게 신경 쓰이지? 작품도 아니고 돈도 안되는데 뭘 얼마나 잘해보겠다고 이렇게 끙끙대는지. 뭘 증명하겠다고.


뭔가 뒤틀려버린 느낌이다. 옛날 글을 좀 수정했다고 이렇게 속상할 일인가. 앞으로는 한 달 이상 된 글을 수정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1년 이상이면 더더욱 수정하지 않겠다. 이렇게 나 자신과 약속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나도 글 빨리 쓰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