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학원생의 일기_2
대학원생의 과제는 무엇인가? 궁금할 사람이 있을 것도 같다. 뭐 크게 다른 건 없다. 그냥 읽고 쓴다. 근데 좀 많이 읽고 좀 많이 그리고 빨리 써야 한다.
내가 속한 과는 유독 과제가 많기로 유명한데, 우선 기본적으로 모든 수업에 리딩노트라는 것이 매주 있다. 매주 몇 편의 논문을 읽고 짧은 논평을 적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몇 편의 논문이 정확히 몇 편인가 이다. 적게는 세편, 많으면 다섯 편 정도 되는데 사실 개수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론 연구냐 사례연구냐가 중요하다. 이해 한 척이라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요한 문제가 그것으로 갈린다. 아 물론 여기서 논문은 거의 대부분 영어로 되어있다. 그래서 대학원 입학시험에서 영어가 중요하다. 석사 초기에는 이것 때문에 고생 좀 했지만 이제 내겐 구글이 있다.
이제 석사 짬바가(+구글의 발전) 생겨서 그럭저럭 익숙해졌다. 한 학기에 수업이 보통 두 개니까(다른 과는 세 개도 듣는다고 하는데, 우리 과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한주에 논문 대략 6-10편 정도를 읽는다. 일주일에 절반 정도를 투자하면 다 읽을 수는 있다. 이제 그럼 써야 한다.
리딩노트는 교수님마다 바라는 양식이 천차만별인데, 어떤 분은 자세한 요약과 자세한 생각이 담긴 3장 이상의 분량을 가진 리딩노트를 바라기도 하시고, 어떤 분은 내용에 대한 요약은 생략하고 생각할 거리나 질문거리를 한 두장 분량으로 적어가는 걸 선호하신다.
이렇게 보면 당연히 후자의 교수님 수업이 더 널널 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다. 대학원생에게도 발제가 있다. 후자의 교수님 수업은 어마 무시하게도 한 학기에 발제가 4번 정도 된다. 매주 두 명에서 많으면 네 명이 발제를 학 때문에 거의 이주에 한 번씩 발제를 하게 된다. 그러니 리딩 노트 분량이 적은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차라리 리딩 노트를 길게 쓰고 싶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발제가 하나 더 남아 있다. 마지막 발제 디데이와 다른 수업 기말 과제 디데이가 같다. 나는 죽었다.
기말 과제는 보통 10-15장 분량의 에세이를 적는 것인데, 이번에 들은 두 수업은 특이하게도 서평과 연구계획서를 써가야 한다. 서평 책은 다행히 한국 책이라 금방 읽었지만 이제 쓰는 게 문제다 3일 안에 다 써야 한다...... 발제도 3일 안에 다 준비해야 한다. 안 운다. 익숙하다. 예전에는 교수님이 나를 바보로 알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는데, 이제 안다. 내가 열심히 해도 교수님은 나를 똑똑하게 보지 않는다.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나라도 행복한 게 맞다. 대학원생도 행복해야겠지 않는가.
근데 방학 삼주 남은 나는 불행까지는 아니어도 행복까지도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