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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은둔자 Dec 12. 2021

재인폭포 단풍 구경, 엄마 없는 엄마 생일

고향이라고 하면 으레 엄마부터 떠오르게 마련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나의 문학과 고향의 의미"에서 나온 어머니 이야기에 한참을 머물러 있다 마침 엄마 생신이 다가오길래 찾은 친정에서 3박 4일 아버지와 딸과 함께 셋이 오붓하게 가을 나들이 다닌 이야기, 나누고 싶은 가을 풍경을 공유해 본다.



2021년 10월 30일 경기북부의 단풍 상황이다.

아직은 초록빛과 붉은빛이 반반 섞여있는 가을 풍경이 설령 아직 한창 단풍 구경으로는 좀 이르다 싶어도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지금이 더 마음에 든다.

다양한 농도, 채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멀리서 벌써 한번 바라봤던 폭포를 정면에서 바라볼 기회인데 흔들다리 올라서서 일부러 폭포의 반대쪽부터 눈에 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마주한 재인폭포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지난 물난리에 지금의 흔들다리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나무도 바위도 제 색깔을 잃어버린 상태이고, 특히 낙석으로 인한 사고 위험으로 현재는 폭포로 내려가는 데크길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둘레길을 따라 재인폭포에 근접하자 정말 황홀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아름답다는 표현, 그 이상의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

폭포를 바라보는 아버지를 사진에 담아드렸다.



둘레길을 돌아 마지막으로 폭포와 제일 가까운 지점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본다.

폭포 뒤편을 돌아간다는 게 신기하다며 아버지와 이야길 나눴다.

특히 정말 적당히 걷고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코스가 참 마음에 든다!






연천에서 다시 45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강원도 철원 성당, 토요일 오후 4시 미사에 참석했다.


몇 년 만에 성당에 와 보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내 마음이 시킨 거라기보단 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아서 가자고 말씀드린 건데, 처음 와 보는 철원 성당 입구에 들어서 주차를 하고 나니 마음은 그냥 편안했다.



너무 오랜만에 참석한 미사는 어색할 지경이었다.

그 어색함은 미사에 처음 와 본 5살 딸내미를 챙기는 걸로 무마시킬 수 있었다.


공교롭게 신부님 강론 시작에 어머니 이야기가 나왔다.

눈물이 났다. 이래서 차라리 마스크 쓰고 반이라도 얼굴을 가리고 있는 지금이 좋다.   


왜 우리 엄마를 데려갔을까..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있었다. 본래 신앙심이란 게 깊지도 않았으니 배신감도 크진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

박완서 작가님이 참척을 당하고 원망스러워할 때 예비 수녀님의 질문에서 얻었다는 가르침이

나에게는 전연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미사가 끝나고 성당을 나오며 마음이 좋았다.

엄마는 곁에 없지만 성당에서 맞이하는 엄마 생일이라 그런 건지, 아버지께 사랑하는 손녀와 함께 미사를 볼 기회를 제공한 데 대한 만족감인지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 모두, 엄마 없는 엄마 생일에 3대가 모두 벅찬 하루를 보냈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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