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9시쯤에는 퇴근 버스가 끊긴다.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시내버스마저도 끊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곤 했다. 그때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다.
새벽 1시에 집에 돌아가는 것?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퇴근을 하는 게 오히려 무서운 사람이었다. 퇴근하고 나서 할 게 없으니까 회사에 일하는 게 오히려 좋았다. 돈도 버는데, 혼자도 아니다? 일석 이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사가 하나 빠졌던 거 같다.
아무튼 그런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갈 때면 꼭 이 노래를 들었는데, 이 가사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정답을 찾아 헤매이다가
그렇게 눈을 감는 것
그때도, 사실 지금도 정답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생각은 든다.
또, 살아가는 것에 정답이 있는 것일까? 나는 모범답안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살면서 이리저리 치이고, 사랑을 찾아 헤매고, 정답을 찾아 헤매이다가 스스로 지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또다시 그런 희망적인 것들을 찾아 헤맨다. 살아가는 모습을 잘 담은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인생은 무엇일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시 같은 말을 내뱉는 순간이 분명 있다. 나는 그 순간들을 지나고 보면 후회한다.
하지만 사랑 같은 말을 내뱉는 순간도 있다. 그 순간들은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뱉은 사랑 같은 말을 들으면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좋았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가시 돋친 말을 내뱉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사랑 같은 말을 내뱉고, 작은 일에 웃음을 짓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래처럼 무덤덤하게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조그마한 활력소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한 번은 누군가가 '매일매일 이런 쳇바퀴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이 너무 싫다'는 생각을 한다고 내게 말했다.
그 사람은 가사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결국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중간중간에 하나의 즐거운 사건 혹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것이, 매일 같은 살아가는 삶이 서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국 우리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더 큰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집-회사'만 보내는 삶에 '운동'을 추가하고, 운동을 하는 삶에 '그림 그리기' 같은 취미를 추가하고. 그렇게 점점 커지는 쳇바퀴를 즐기는 것이 살아가는 것 아닐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에게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귀찮은 일이고 지치는 일이다.
'내일 당장 죽는다면, 뭘 할래?'라는 질문에 '왜 내일이야? 그냥 오늘 죽을래'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삶에 큰 미련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한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을 했다. 삶에 미련을 안 가지려다가도, 그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결국 내 삶의 쳇바퀴에는 소중한 사람이 큰 동력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타인을 원동력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긍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의문이다.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 평생을, 매 순간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사라진다면? 내 삶의 기반은 무엇이 되는 걸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가사가 마음을 건드려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리고 가사처럼 무덤덤하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직은 나에게 부족한 것 같다.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세련된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노래를 작년 10월쯤에 들으면서 메모장에 적은 짧은 글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보니, 당시의 내가 참 짠했다.
그때의 나는 정답을 찾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정답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답을 찾고 싶지 않은 모순된 마음도 같이 있었는지 모든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절박함도 보였다.
그때 그 글을 쓸 땐, 나 정도면 삶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지금 보니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보다는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발전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래서 나중에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에는, 더 발전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나는 반복되는 일상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