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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미쓰 Feb 18. 2022

아빠는 콜라를 싫어해

대신 커피를 1리터씩 마셔

'좋아하는 음료수가 있나요?'


누가 나에게 그렇게 물어본다면 적어도 열가지 음료의 이름을 줄줄이 댈 수 있을만큼 마시는 것에는 편향성이 없는 편이다. 제일 좋아하는 음료는 너무도 뻔한 아이스아메리카노이지만 좋아하는 원두의 생산지 정도는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의 선호도는 있으며, 불호 3대장 음료수라는 데자와, 솔의눈, 맥콜도 다 좋아할 정도로 이것저것 잘 마시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도 기성품 음료수 중에 유독 좋아하는 음료수가 있고 싫어하는 음료수가 있긴 하다. 좋아하는 음료수는 포카리 스웨트를 위시한 이온음료인데 사실 이온음료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다소 특이했다. 나는 어렸을때 동네 윗집아랫집 형들과 어울려 다니곤 했는데, 그때 골목에서 한바탕 놀다가 동전을 모아 슈퍼에서 무언가를 사먹으러 가는것이 중요 일과중 하나였다. 


어린 시절에는 사실 모든 음료수가 다 맛있게만 보였다. 콜라, 사이다, 쿨피스 등등 수많은 음료수가 있었는데 동네 형이 게토레이를 사먹는 모습을 보고 그게 유독 달라보였던것 같다. 그리고 그 형도 게토레이를 먹는것을 좀 으시대면서 이야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야 콜라 사이다 같은건 어린애들이나 먹는거야. 축구하고 난 뒤엔 다 이걸 먹는대' 같은 느낌이었을것 같다. 아마 그 형도 게토레이를 먹으면서 콜라보다 맛있게 느끼지는 않았을거라고 추억하지만, 결론은 그때의 한조각 동경때문에 나는 이온음료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유독 탄산음료를 멀리하기도 했다. 이것은 맛의 문제라기 보다는 목넘길때 따가움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온음료에 대한 동경이 결합되고 나니 탄산음료를 먹는 것들이 굉장히 멋없게 보이기 시작했다. 90년대 초 그 당시에는 내 스스로 콜라랑 빵 한봉지를 먹는게 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상태로 어른이 되고 나니 나는 탄산음료를 선호하지 않는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과정이 올바른것은 아니었지만 이 경험을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줄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항상 해왔다. 그리고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그것을 올바르게 전달해야 하는 시점이 되어버렸다. 





돌아가서 탄산음료가 아이들에게 좋은가? 라는 질문을 부모에게 한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절대 안돼!' 라고 손사래를 칠것이다. 나역시도 그렇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왜 나쁜지 부모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액상과당 때문인데, 음료로 과당을 섭취하게 되면 너무도 많은 용량의 과당을 별다른 죄책감 없이 마실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 해악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탄산음료를 먹는것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먹지마 몸에 안좋은거야' 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설득되지 않는다. 내 경험을 곰곰히 돌이켜보았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주변사람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특성이 있다. 부모의 행동과 습성을 똑같이 따라하고 그것에서 동질감을 표출함으로써 엄마 아빠와 동화되려고 한다. 또래집단에서 유행하는것을 따라해야만 그 무리에서 적응할수 있었듯이, 부모라는 둥지안에서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행하는 모든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편한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육아를 하면서 충분히 경혐해왔다. 


결론은 간단했다. 게토레이를 먹으며 으시했던 그 형의 모습을 내가 보여주기로 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콜라를 먹으며 쓴 표정을 짓거나 아이 앞에서 결명자, 둥굴레차를 먹지는 않았다. 탄산 음료를 먹게 되는 상황이 오면 거부하지 않고 먹되, 아이에게도 부담없이 경험해보게 했다. 그리고 아빠가 왜 탄산음료를 좋아하지 않는지 최대한 편안한 어조로 설명해주었다. 


'아빠는 이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왜냐하면 이거 마실때 목이 너무 따가운데 아빠는 그 느낌이 좋지 않더라고. 이것보다 다른 맛있는 음료수가 너무 많아서 굳이 이걸 왜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너도 한번 먹어볼래? 어떤 느낌인지 한번 느껴봐' 


아이는 그 시점부터 콜라, 사이다가 달콤한지 짜릿한지 보다는 탄산의 목넘김이 버틸수 있을지 없을지만 기억에 남았던것 같다. 아이가 콜라 사이다를 먹고 어떤 느낌인지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맛있게 느낄수도 있다. 그럴땐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된다. 탄산이 낮고 과당이 낮은 음료수나, 제로콜라 라던가, 콜라가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점을 차분히 설명해주고 점점 멀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주어야 하는것 역시도 부모의 몫이다. 


너무 다행히도 예민한 성격의 우리 아이는 내 의도에 맞게 목넘김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적절히 반응해 주었다. 지금 아이가 먹는 음료수는 아직도 어린이용과일 주스가 전부인데 시기와 나이에 맞게 적절한 경험을 시켜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몸에 나쁜건 맛있고, 몸에 좋은건 맛이 없듯이 아마 아이도 언젠가는 건강주스를 내팽겨치고 달달한 기성음료의 세계로 들어오리라는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럴때 나는 '야 콜라는 나쁜거야 이거마셔' 라고 좋은 음료수를 억척같이 손이 들려주는 아빠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적당한 음료수를 골라보면서 "어? 이거 새로운맛인데 이거 사서 같이 마셔볼래?' 라고 이야기하는 아빠가 되는것이 목표이다. 언젠가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들과 같은 반 친구를 만난적이 있다. 실컷 놀고 난 뒤 그 친구의 엄마는 집에서 가져온 정체불명의 건강물을 아이에게 주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때 뽀로로 어린이 음료수를 먹는 우리아이를 부러움으로 바라보던 그 친구의 눈빛을 잊을수가 없다. 


아이의 건강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나는 아이가 본인이 좋아하는 맛과 느낌을 표현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더 중요할수도 믿는다. 아이에게도 어느정도의 자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례로 좋아하는 음료수 하나를 먹게 하는 정도라면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귀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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