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오 Jul 13. 2024

아빠의 스마트 워치

69

# 아빠의 스마트 워치

어젯밤 아빠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서 씩씩 화를 냈다. 아빠는 현장에서 일을 하느라 상사의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그걸 가지고 상사가 아빠에게 노발대발했다는 것이다.


아빠는 나에게 스마트 밴드를 하나 사야겠다고, 나보고 좀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래서 찾아보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나를 불렀다. ‘이런 건 어때?’하면서 나에게 제품 하나를 보여줬다. 이미 마음에 둔 제품이 있었던 것이다.


아빠는 밴드처럼 길쭉한 것보단 애플워치 같은 네모난 디자인을 원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빠에겐 저렴한 밴드 제품이 더 잘 맞을 것이었다. 시간이나 한 번씩 보고 전화 알림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기능들은 어차피 사용하지도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빠에게 그런 말을 하기가 싫었다. 그냥 아빠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구매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제품은 밴드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엄마는 그걸 바로 주문했다. 엄마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오늘 택배가 도착했다. 나는 얼른 아빠의 휴대폰에 스마트 워치를 연결해주었다. 아빠는 이리저리 만져보고 손목에 차보고 했다. 진짜 솔직히 말해서 아빠가 이 워치를 잘 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빠는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알바해서 번 돈으로 사드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클래식 클라우드 – 카뮈 (3)

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텍스트와 그에 대한 내 생각을 기록한다.


p. 134 “병보다 더 밀쳐내야 할 것은 없다.” 병은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 약한 연민의 감정”을 일으켜서 산 채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기 때문이다.
p. 140 병들었다고 굴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오히려 그로 인해 나태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 “병은 나름대로의 규칙과 절제와 침묵과 영감을 갖춘 수도원 같은 것이다.”



p. 136 “우리가 비극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비극적인 것과 절망을 혼동하고 있다. ‘비극적인 것이란 불행을 향하여 한바탕 크게 내지르는 발길질 같은 것이리라’라고 로런스는 말했다. (...) 오늘날에는 그러한 발길질을 받아 마땅한 것들이 많다.”



p. 148 사람들은 오만하고 습관적이어서 여전히 모든 것이 전처럼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재앙이 발생하고 지속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p. 149 “죽음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것은 죽음을 너무 영광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p. 149-150 그는 비참하면서도 위대한 이 부조리한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이 아니라 사랑이 부조리에서 구원해준다고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가 절실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