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말로만 듣던 걔가 나야, 제니(JENNIE) : 임보일기 1
책 <사랑은 분명 강아지 모양일 거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3905498 에 실었던 임보강아지 달이, 펠라, 라이스의 가족을 찾아준 뒤, 네 번째 임보로 맞이한 '자두'라는 작고 소중한 아이도 잠시 품었다. 자두는 이미 멋진 가족의 구성원이 될 준비를 충분히 마친 아이 었기에, 2달 남짓한 시간을 함께 포갠 뒤 가족의 품에 안겼다.
그 후 2024년 12월.
다섯 번째 임시보호(이하 임보)를 시작했다.
아이의 이름은 무려 '제니'!!
현시점 가장 핫한 아이돌의 이름을 가진 아이답게 얼굴을 가득 채운 동그란 눈, 반짝이는 작은 코, 삼각김밥을 닮은 세모귀까지 완벽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었다. 제니는 지방의 시 보호소에 입소해서 지내다 개인 구조자에게 구조되었다. 한때 가족의 얼굴을 한 사람들에게 버려졌을지, 거리에서 태어나 자라며 고된 삶을 살아왔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미중성화 상태에 심장 사상충에 감염되어 있는 걸 보니 살가운 돌봄을 받지 못한 건 분명했다. 사람의 품에 안기는 게 어색한지 안아 올리면 긴장감 때문에 몸이 뻣뻣해지지만, 진한 갈색의 눈을 바라보면 피하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을 보니 시간을 들이면 깊은 사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아침에 낯선 집에 와 낯선 사람과 동거견을 마주한 것 치고는 느긋하게 거실 한 복판에 누워 낮잠을 자는 제니. 이 태평한 낯선 개를 임보를 할 때마다 첫날 느끼곤 했던 쓰리고 아린 특유의 그 '감각'이 떠오른다. 책임감일 수도 있고, 부담일 수도 있고, 보람일 수도 있는, 뭐라 불러도 설명하기 힘들 이 감각을 다시 마음의 정중앙에 두었다. 제니가 앞서 임보한 아이들만큼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무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다시 또 마음이 바빠진다. 잘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