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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Nov 03. 2020

난무하는 거짓을 뚫고 상대을 설득하는 설득의 기술

서평 시리즈 #69 :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리 하틀리 카터

자극적인 기사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흥미로워 보이는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도 사람들은 의미 없이 스크롤만 내릴 뿐 무엇이 쓰여 있는지 사실 제대로 읽어보지 않는다. 적당히, 어쩌다 얻어걸린 자극적인 단어 몇 개를 조합하여 뇌 속에 담아 넣곤 한다. 이것이 요즘 정보가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이다. 

때문에 나와 같이 긴 이야기로 글을 적는 것은 딱히 매력적인 방법은 아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혹할만한 키워드를 골라 소위 '어그로'를 끄는 것이 조회수를 높이고 '좋아요'를 받는 방법으로는 더욱 알맞을지도 모르겠다.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의 원제는 Persuation이다. 상대를 설득하여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이 담겼다는 의미이다. 책은 한글판 제목처럼 현대 시대에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그에 대한 비판,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묘수가 담겨 있다. 사람들이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에 끌린다는 말일까?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보면 같은 제목을 가진 게시글이 16분할의 같은 화면 안에도 2~3개씩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보 컨텐츠는 빠르게 생산되고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소멸된다. 0.5초 안에 눈길을 끌지 못하면 선택받을 수 없다.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소모된 노력과 막대한 비용은 허공에 흩뿌려지고 만다. 

강연이나 연설 또한 마찬가지이다. 15초나 30초짜리 TV 광고, 5초 뒤에 'skip' 버튼에 의해 사라질 사실상 5초짜리 광고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강력한 메시지와 서사, 매혹적인 시각 효과와 표현 방식이 없으면 그들은 존재 가치를 잃고 만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 말이다. 

컨텐츠 시대가 되면서 '설득'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어도 '설득'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를 뒤집고 미국의 대통령이 된 트럼프처럼 우리는 모두 '스토리'를 팔아야 한다. 매혹적인 서사를 치밀한 스킬에 곁들여 팔아야 한다.

모든 설득의 시작은 공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방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상대도 몰랐던 니즈를 찾아내어 소구하는 것.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공감에서 비롯된다. 감정적 공감, 가치적 공감, 행동적 공감 등의 '공감'을 통해 설득하고 싶은 사람은 설득할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에는 설득을 위해 진심을 다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대방의 욕구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방법이 나온다. 세세하게 분석한 순서들을 따라가다 보면 설득을 예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저자는 진정한 설득의 의미에 대해 강조한다. 기존의 설득, 즉 타깃으로 삼았던 소수만을 바라보는 설득이 아니라 '안티'까지 잡아내는 설득, '무관심한' 상대까지 잡아내는 강력한 설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들은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확실히 취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에게 더욱 집중하여 돈을 뜯어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안티나 무관심한 고객들을 등한시하게 되는 상황을 낳는다.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듯이 현대는 정보의 과포화 시대이다. 이는 '반향실' 효과를 낳는다. 특정 의견에 대한 피드백이 나오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반복하며 해당 명제가 사실보다 더욱 사실인 것처럼 굳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음식점이나 쇼핑몰에서 철저하게 리뷰 관리를 하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안티와 무관심했던 사람들까지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이 닥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득을 완성할 수 있을까?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매혹하는 거대한 기둥 3가지를 이야기한다. '거대 서사'라 불리는 강렬한 스토리와 서사 구조를 통해 사람들을 매혹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문제점과 소구 포인트를 발견하고 이를 적절한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어필해야 한다. 현대는 정말 '스토리'의 시대이다. 좌중을 압도하는 강렬한 '첫 마디' 없이는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은 없다. 

책에는 강렬한 메시지를 위한 스킬 차원의 기법까지 담겨 있다. 특히나, 역시나 시각 효과에 대한 이야기는 빠뜨릴 수 없다. 천 마디의 말보다 위대한 하나의 그림은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절대적인 진리이다. 발표나 연설을 하거나, 컨텐츠를 만들 때 반드시 '이미지' 그 자체가 들어갈 필요는 없다. 다만 보는 이와 듣는 이는 저마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수영장 15개 분량의 물을 아끼고 있다는 가슴 따뜻하고 강렬한 이미지가 그려져야 한다. 이글이글 불타는 태양과 같은 열정이 느껴져야 한다. 두루뭉술한 서술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결국 이미지 없이도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표현법. 시각적인 효과라는 것은 별것이 아니다. 좌중의 머릿속에 그림을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이미징 기법이다. 


책의 표지처럼 현대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팩트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강렬하고 자극적인지가 중요하다. 바뀌어버린 현대인의 뇌에 쏙 들어오는 이미지이냐가 중요하다. 수천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연설이 몇 개의 이미지만으로 결정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설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진화해야 한다. 그 옛날에도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가장 어려웠다. 조금 더 어려워졌지만 발달한 학문적 성과 덕분에 인간의 반응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설득은 재미있는 여정이 된다. 계획했던 대로 상대의 마음을 끌어당겨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고 마는 설득의 기술. 이제 세상은 보다 나은 설득 기술을 가진 자가 지배하게 될 것이다. 설득을 통해 세상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는 마법을 부려보자. 

상대의 뇌를 강렬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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