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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Nov 30. 2020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인가?

서평 시리즈 #80 : <위기의 인류> 주동주

지구의 시간을 24시간으로 치면 인류가 지구 땅에 나타난지는 불과 2분 전이다. 도시 문명이 생긴 건 불과 몇 초 전이다. 찰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지구의 충적층에 플라스틱과 닭뼈와 같은 현세 인류만의 고유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과학자들이 현대의 지질 시대를 '인류세'라 칭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이다.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 제기는 1960년대부터 중요한 쟁점 중 하나였다. 레이첼 카슨의 DDT '죽음 보고서'인 <침묵의 봄>이 나오고 '지구의 날'이 제정되었지만 사피엔스 종은 전진밖에 모르는 우직한 바보였다. 힘차게 달려가다 보면 낙오하는 사람도 나오게 마련이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풍요는 낙오되지 않은 자에게만 허락된 성역이었다. 자본주의라는 현재의 '신'은 빈부격차라는 기형아도 함께 창조했다. 푸른 별 아름다운 우리 지구에는 사고와 사유를 할 수 있는 존재가 78억 명 존재하는데 함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의체는 없다. UN의 출범과 '브리튼 우즈'라 불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존재는 본래의 목적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신을 숭배하는 재단, 루비콘 강을 건너버린 듯한 환경 문제와 지구 생태계 파괴, 세계 정부의 부재, 사회적 장벽 세우기, 빈부 격차 문제 등은 우리 인류를 어쩌면 마지막 '인류'로 만들지도 모르겠다. 


<위기의 인류>는 인류가 직면한 포괄적인 문제에 담백한 담론을 전한다.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 집중하느라 현대인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아주 조금만 멀찍이 떨어져 봐도 인류는 위기에 처한 것이 맞다. 도무지 답을 구할 수 없을 정도이다. 80억이 거주하는 지구 사회를 어디서부터 고쳐야 한단 말인가. 미국 인구의 상위 1%가 중산층 재산의 50% 이상을 소유하는 빈부 격차는 좋게 봐서 지구를 파괴하지는 않는다고 치자. 1960년부터 생상된 83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63억 톤이 바다로, 하늘로, 땅으로 휘휘 날아간 것은 인류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전 생물종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읽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인류의 어리석음이지만 저자는 책의 말미에 그럼에도 나름의 짤막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본다. 수십 년 전부터 해결방안은 존재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하고 무시당했기에 그 실효성에 대해서 자조 아닌 자조적 생각을 거둘 수 없지만 그럼에도 노력해봐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과제일 것이다. 

1968년. 30여 명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국제 사회의 문제를 연구하는 '로마클럽'이 결성되었다. 로마클럽의 회원 중 4명은 인류가 지구에 남기는 발자취의 확장 속도와 그 한계에 대해 논하는 책을 출간했다. 책은 그 옛날 멜서스의 인구론이나 리카도의 주장처럼 한정된 자원, 늘어나는 환경 문제 등으로 '성장 일변도'의 기조가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먼 미래를 볼 것으로 주장했지만 사피엔스들은 귓등으로 듣지 않았다. 

성장의 한계에 대한 유명한 주장들은 기우로 밝혀진 경우가 많다. 인류는 고도의 첨단 기술을 이용해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지구로부터 착취할 방안을 끊임없이 발전시켰고 식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선택받은 민족과 선택받은 땅의 자녀들은 먹을 것이 모자라서 굶어죽는 일을 겪을 일이 없다. 인구가 그토록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신화는 되려 다른 면에서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주었다. 포드가 모델-T를 생산할 때만 해도 미국 전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는 4000대에 불과했다. 현재 지구는 1년에 약 1억 대에 가까운 자동차를 새로이 맞이한다. 그중 중국이 2000만 대 넘는 비중을, 미국이 1000만 대, 동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 한국도 400만 대를 쏟아낸다. 전 세계 강철 소비량의 20%, 천연고무의 60%, 아연의 10%가 자동차 생산에 투입된다. 차 없는 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어떤 가정은 가족의 수만큼 차량을 보유하기도 한다. 비싼 자동차는 그나마 덜한 경우이다. 현대 사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만들어낸 사회이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물건을 찍어낸다. 1800년대에 비해 인류의 생산량은 100배 이상 증가했다. 소화할 수 있는 소비량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과잉 생산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라는 이념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생존을 위한 소비 푸시를 소비자에게 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과정에서 설국열차의 1등 칸과 3등 칸이 탄생했다. 소수의 거대 제국이 자본을 쓸어 담는 현상. 3등 칸에 속한 사람들은 1등 칸에 오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영화 속 크리스 파인은 틸다 스윈튼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반란을 일으키기라도 했지만 현실의 3등 칸에 속하는 '개인', 심지어는 '국가'는 거대한 체계 속에서 그저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기후변화와 쓰레기 문제, 각종 오염 문제는 말해봐야 손가락만 아픈 내용이다. 과학자들은 높아진 이산화탄소 수치 등으로 제6의 대멸종이 인간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이 감소한다는 것은 언젠가 인류 그 자신도 멸종하는 생물 안에 속할 수도 있다는 의미임에도 달리는 것밖에 모르는 우리의 바보들은 멈출 줄을 모른다. 


저자는 이제 성장의 신화를 멈춰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성장만이 정치 지도자들의 밥줄이 되어버린 현재의 상황에서 '경제 성장률 +를 포기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성장으로 쌓아올린 제국은 이제 '포화' 상태이다. 지구를 파괴하는 것밖에 모르는 인간들의 수가 지구의 기준에서 '포화'에 이르렀듯이 말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 정부의 역할이 재정비되어야 한다. 인류의 생존을 둘러싼 거대한 담론들을 논할 공동의 협의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이다. 환경, 빈곤문제, 사회 불평등, 자본주의의 올바른 방향 등을 논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노력 또한 필요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팍팍하다는 이유로 우리네 인생들은 현실에 바짝 발을 붙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인류의 생존 문제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눈을 떠야 한다.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인류의 종착역, <위기의 인류 -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는 있는가>였습니다. 




* 본 리뷰는 바른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5gGcn2PRrtc?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pixabay.com/ko/photos/%EA%B3%84%EB%8B%A8-%EB%B2%BD-%ED%99%94%EC%9D%B4%ED%8A%B8-%EC%A7%91-%EB%82%B4%EB%B6%80-174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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