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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Jun 06. 2022

여름날의 도서전을 좋아하세요?

전 좋아해요, 많이요.


서울국제도서전이 3년 만에 열렸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축소 개최되었다가, 올해는 코엑스 A홀에서 제대로 크게. 200개 부스가 참여했고, 첫날만 2만 5천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출판사, 저자, 독자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장으로 70년 가까이 역사를 이어온 만큼, 올해 전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책 페스티벌’ 같은 분위기였달까. 아직 실내에서 마스크는 벗을 수 없어도, 눈빛만 봐도 들뜬 표정들과 활기찼던 공기를 돌아보며, 오랜만에 전시 후기 겸 일기를 조각조각 떠오른 대로 써본다.



#듣고쓰고탭하고클릭하고


  냄새를 물씬 느끼면서 페이지를 옆으로 넘기는 ‘손맛’.  손맛을 뒤로  , 이제는 듣고, 쓰고, 탭하고, 클릭하며 읽는다. 도서 플랫폼이 새로 등장하면서  읽는 방식도 변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선택지 속에서,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번 도서전에서도 한번  느꼈다. 유튜브, 뉴스레터  디지털 환경에 네이티브하게, MZ세대가 좋아할 만큼 힙하게 적응한 민음사’, ‘문학동네 같은 출판사 부스들이 가장 발디딜  없이 붐볐다. 네이버 오디언 비롯한 오디오북 서비스들도 제각각 성우 라인업,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기술과 고품질 스튜디오 환경을 내세우며 열심히 홍보 중이었다.


그런데 쿨하고 멋진 것들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오리지널 IP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요새 신드롬이라는 웹툰, 웹소설 플랫폼 흥행도 어쩌면 소비되는 단어만 바뀌었지, 20년 전부터 계속 ‘현재 진행형’이 아닐까 하는 느낌. 그때 그 시절, <늑대의 유혹>도 인터넷 소설에서 처음 출발해 만화,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압도적인 비주얼의 서브 남주가 (뭐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우산만 들어도 극장엔 탄성이 퍼졌었지.


플랫폼도 플랫폼이지만 ‘역시 뜰 콘텐츠는 뜬다’고 되뇌며 혼자 뽈뽈 돌아다니던 와중에, 한강, 김영하 작가님을 운 좋게 뵈면서 그 생각이 더 굳어졌다.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에 따라 기교, Tactic은 변해도, 무게중심을 스스로 잡으면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 일에서도, 삶에서도 배우고 싶다.



#쓰여지지않은책을전시합니다


당분간 절대 식을 일 없어 보이는 MBTI 트렌드를 엮은 심리 상담소부터, 신간도서의 1/5 가량을 무료 배포한 샘플북, 짧은 글을 영수증 종이 위에 랜덤으로 출력해주는 문학 자판기까지. 도서 마케팅의 세계를 유영하듯, 이 부스 저 부스 구경했는데 가장 진심으로 참여했던 건 ‘배달의 민족’ 전시존.


‘쓰여지지 않은 책의 작가님이 되어주세요’를 테마로, 전시 관람객이 키워드를 고르고, 키워드에 맞는 글을 직접 쓰면 희고 널따란 벽에 걸어준다. 체험과 전시를 하나로 엮은 모양새에, 굿즈와 포토존을 통해 배달의 민족이 최근 발간한 <요즘 사는 맛>과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를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음식에 관한 추억과 취향을 돌이켜보며, 나도 ‘평생’이라는 키워드로 짧은 글을 남기고 왔다. 쓰는 재미 말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각자의 이야기를 엿보며, 예상치 못한 한줄 팩트로 묵직하게 얻어맞는 건 덤... 첫 데이트에 뭐 먹었는지 다들 기억나세요? (정답: 사실 음식은 하나도 안 중요함)



#반걸음


‘질주’하기 전에는 반드시 최초의 ‘반걸음(One small step)’이 있기 마련이다.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뒤로 물러선 반걸음이든, 옳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용기있게 내디딘 반걸음이든. 누군가의 반걸음은 또 다른 반걸음으로 이어지면서 세상은 비로소 조금씩 변화한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이기도 했는데, ‘인종, 젠더, 경제, 환경’처럼 마음속에 거대하고 무겁게 내려앉는 단어들을 손에 잡히는 책들로 큐레이션했다. 무려 600권으로.


전시 흐름을 따라가면서 잊고 있던 것들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됐고, 미처 몰랐던 것들을 새로 배웠다. 책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빼곤 다 좋았던 전시였다. 날 좋은 주말을 맛있게 읽으면서, 어쩌면 너무나 큰 세상에서 조그만 일로 분노하고 있진 않은가 돌이켜보며. 손톱만큼 남은 휴일 끝자락도 맛있게 먹어야지 다짐한다. 앞으로는 틈틈이 글도 다시 써야지.




2022 서울국제도서전(SIBF)

기간 |  2022. 6. 1 (수) ~ 5 (일), 5일간

장소 |  서울 코엑스 A홀

주최 |  대한출판문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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