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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모쌤 손정화 Dec 13. 2022

엄마! 언니가 코로나래!

언니를 위한 도토리묵

지난주에는 아침, 점심, 저녁을 엄마, 아빠와 함께 하지 않았다.

마지막 항암주사를 맞으시고 2주가 지난 후라 엄마는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셨다. 엄마는 나에게 일부러 오지 말고 너 할 일 하라는 말을 계속하셨다. 그런데 교회 사모님께서 코로나 확진이 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일이 되었을 때, 조금 망설이다가 '에이 목사님은 확진되시지 않으셨겠지!' 하며 예배를 드리러 교회로 갔다. 그런데 목사님은 누가 보기에도 코로나 증상처럼 보일 만큼 목소리가 가라앉아 설교를 하시지 못할 상황이셨는데 자가 키트를 했을 때 음성이라고 나왔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예배를 인도하셨다. 그 바람에 나는 지난주 월요일부터 친정에 가지 않았다. 엄마, 아빠에게는 할 일이 많다고 하고 아침, 점심, 저녁을 그냥 집에서 보냈다. 다행히 엄마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와 무리 없이 일주일을 잘 보내셨다.


나는 우려와는 달리 코로나 증상이 있지 않았고, 기분 탓인지 약간의 콧물만 나왔다. 그것도 어찌 보면 뜨거운 음식 먹었을 때, 밖에서 안으로 들어왔을 때만 나왔으니 코로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언니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친정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언니에게 말하려고 전화를 하니 언니는 심한 독감에 걸렸다고 하면서 목소리가 심하게 가라앉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언니 그거 코로나 같은데?'

"아냐 키트로 해봤는데 아니래"

"아니, 나도 그랬었어. 아무리 키트로 해도 음성이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을 때에도 음성이고! 그런데 며칠 지나서 증상이 정말 심해지니까 그땐 두줄 나오더라! 코로나면 빨리 진단받아서 코로나 약을 처방받아서 먹는 게 나아! 얼른 병원 가서 코로나 진단받아!"


언니는 코로나라는 진단을 받기 싫은 것인지 코로나 검사를 해 주지 않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먹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 언니의 열이 떨어졌지만 병원에는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엄마와 나는 이번 항암주사는 언니가 같이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보호자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어제 7차 항암주사를 맞고 왔었다.


엄마가 다시 항암을 시작하셨으니 아침을 차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아침 일찍 친정으로 갔다.

문을 열자마자 아주 분주한 소리가 현관까지 들렸다.

다른 때 같으면 거실에 앉으셔서 TV를 보고 계시든가, 그것도 아니면 가끔은 두 분 꿈나라에 계시는 경우도 있는데 오늘 아침은 뭔가 북적북적 거리며 벌써 여러 시간 전에 이 집의 거실에는 불이 켜졌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엄마 뭐해?"

"응 왔어! 엄마 머리가 너무 아파서 몸을 좀 움직였어"


그래서 보니 식탁 위에는 도토리묵이 여러 그릇에 담아져 있었고, 싱크대 위는 반질반질!

식탁 위에 온갖 살림살이들이 올라가 있었다.


"엄마! 이러면 어떻게 해! 아이고 참나!"

"언니가 입맛이 하나도 없을 거 아냐! 도토리묵 좀 가져다주려고!"


아! 엄마는 모르시는데... 아니 아무도 모르는데...

언니는 어제 나랑 통화하면서 말했다.

"나 코로나래"


엄마가 아시면 괜히 걱정하신다고, 그리고 감기 증상 있기 바로 전에 엄마를 만났으니 엄마가 안 아프시다가도 아프실 수 있다고 절대 엄마, 아빠한테는 언니가 코로나인 것을 알리지 말라고 했었다.


"아이고 큰딸 먹으라고 밤새 도토리묵을 했다고? 알았어 이따 내가 갈 때 가져다줄게"


엄마는 그 핑계로 언니를 보러 가려고 했을 거다!


밤새 도토리묵을 하신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잠깐 뭉클했다. 그리고 내가 코로나 걸렸을 때 언니가 잠깐 나와보라고 하며 가져다주었던 음식들도 생각났다.


주일에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성도들이 기도해 주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그래서 빨리 나았다고 하셨을 때 나는 좀 찔렸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언니가 아프다고 할 때에도 언니에게 뭘 가져다 줄 생각을 못 했다.

평소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축구 응원할 때에도 우리 집 치킨 사며 언니네도 사다 줄까? 하고 잠시 생각했었고, 배달 음식 시켜 먹을 때마다 목사님네도 좀 시켜드릴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막상 아프실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내가 너무 차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 생각이라고는 '옮으면 안 돼'가 다 인 것 같아서 미안하고 죄송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내가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엄마 아빠한테 옮기면 안 되니까! 내가 건강해야 엄마 아빠를 돌봐드리지!'


하며 나를 이해시켰다.


아직 엄마 아빠는 언니가 코로나에 걸린 것을 모른다. 언니가 나한테만 이야기하는 거라고 했으니까 아마 동생들도 모를 거다. 이 글을 읽는 동생이 있으면 알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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