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하여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 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김진호, 가족사진 중에서)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부모님이 나를 위해 본인들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희생했다고 생각했다. 젊은 날들을 아이를 위해 고군분투했을 부모님의 바쁜 시간들이 애잔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어느정도 나의 삶을 내려 놓을 준비가 되었을 때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보니 그건 나의 오만이었다. 나의 삶은 대단히 변했으면서 대단히 변하지도 않았다. 내 삶은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나 아이가 곧 내 모든 삶인 것은 아니었다.
정작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를 키우는 그 시간들이 그을린 시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아이로 인해 오히려 내 삶에 더없이 큰 의미가 더해진 느낌이다. 심지어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창조한 스스로가 대견하기까지 하다. 비록 한 생명을 키우기 위해 내 육체가 아이에게 거름이 되어주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러나 기꺼이 거름이 되어주고 싶은 걸 보니 이렇게 부모가 되어가고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