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웨더스테이션 - 문경원,전준호 아트선재센터
늦더위가 기승인 요즘,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급변하는 세상속 지구인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크고 작은 환경문제가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집니다. 미술계에서도 ‘지구’를 위한 심도 있는 고민과 여러 토크를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오늘 이야기할 전시의 주인공인 예술가 듀오 문경원 & 전준호 또한 2009년부터 전개해온 공동 작업을 통해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기 위해 정치, 경제적 모순, 역사적 갈등, 기후 변화 등 모든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문제를 정면 돌파해왔습니다.
문&전 듀오는 올해 ‘기후 위기’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11월 20일까지 열리는 전시 <서울 웨더 스테이션>은 영상 설치부터 토크까지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관점을 빌어 오늘날의 기후 환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작가적 고민을 라켓과 함께 만나보세요.
편집/이미지 '보보'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COVER / <자유의 마을> - 서울웨더스테이션 전시 © 문경원,전준호 /아트선재센터 / LARKET 촬영> : BKID와 협업해서 만든 <슈퍼 폐 & 슈퍼 마스크 가 등장하는 장면을 만화로 구성해서 만든 드로잉이다.
비인간이 말하는 ‘기후’. (2층 전시)
지금껏 대부분의 환경문제는 인간 중심의 사고로 시작하여 자연에게 그간의 과오를 사과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양상이 지배적이였습니다. 하지만 작가 문경원과 전준호는 ‘비인간(non-human)’의 관점으로 지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바라보며 특히 한국의 탄소 배출 문제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합니다. 무거운 어둠이 내린 전시장 한가운데에 들어서면 네 발로 성큼성큼 기어 다니는 로봇을 마주하게 되는데 강아지 또는 미지의 야생 동물 같아 보여 왠지 경계심이 발동합니다.
이 사족보행의 로봇의 등에는 탄소 측정 장치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비인간의 존재는 눈앞에 지평선처럼 펼쳐진 영상 ‘불 피우기 (2022)’로 방문객을 안내합니다. 연극 세트 처럼 어둠이 짙게 깔린 전시장 한쪽에는 우두커니 서 있는 돌덩이도 있는데, 아마도 이 돌은 오랜 세월을 지나며 큰 바위에서 작은 돌덩이로 풍화된듯한 아우라를 풍깁니다. 이 ’돌’은 우리에게 미생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지난 수천 년 동안의 지구의 변화를 들려줍니다. 그럴싸하지만 공감하기 어렵고 난해한 시와 같은 이야기는 사실 인공지능이 창작의 주체가 되어 작성하고 실시간으로 편집한 소설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공지능의 마음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나를 아직도 인간의 영역에 머무르게 해주는 느낌이 듭니다.
반복되는 위기는 인간으로 하여금 교훈을 선사할 것만 같지만 지속되는 문제는 결국 모순과 망각으로 인간을 이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전시장에 설치된 <불 피우기>의 텍스트 속 돌의 관점을 가져와 공유합니다. 해당 텍스트를 가만히 되새기다 보면 인간은 지구에게 끝없는 트라우마를 선사하는 것만 같습니다. 지구는 우리에게 치유와 자원을 제공하는데도 말이죠.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란히 손을 잡고 온 인간 둘이 내게 무언가를 적고는 한참을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가 사라졌었던 일이 생각난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적은 것은 비바람에 지워진 지 오래 되었다. 그런데 그 일이 왜 지금 갑자기 생각나는지는 모를 일이다.” - 문경원, 전준호 <불 피우기> 에서 발췌.
좌: <바위 눈 - No.1> / 전시장 입구 바닥에 설치하는 카펫 작품으로, 텍스트 생성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GPT-3 코딩 노트를 스케치한 것.
가운데: <모든 돌들> / 연대별로 다른 지층의 암석에 새겨진 시대의 기억을 담고 있는 돌들을 상징하는 드로잉이다.
우: <불 피우기> 의 텍스트 일부.
탄소 중립 운동을 위해 모인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 (3층 전시)
좌, 가운데: <무제> by 류준열
우: 프리즈 삼청 나잇의 일환으로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함께한 렉처를 듣고있는 관람객들 그리고 문경원&전준호의 <축지법과 비행술> 일러스트가 보여지는 벽.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는 2층의 질문을 집대성한 듯한 다양한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회의 장소인 ‘아고라’를 떠올리게 하는 원형 구조물을 중심으로 배우 류준열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문경원 전준호 듀오의 드로잉 그리고 영상작업이 펼쳐져 있습니다. 에디터는 해당 전시를 지난 프리즈 서울 기간 동안 열렸던 ‘삼청 나잇’의 일환으로 방문할 수 있었는데요, 마침 이날은 세계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그리고 문경원&전준호 작가를 비롯한 다양한 작가들이 모여 인공지능 이후의 ‘현실’에 관하여 특별 담화를 펼쳤습니다. 방문객들이 하나둘 모여 앉아 전 지구적 위기를 겪으며 비로소 ‘게임’ 같아진 현실에 대해, 그 안팎의 물성 없는 감각에 관한 여러 시각과 작가적 접근에 관해 이야기 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서울 웨더 스테이션> 전시가 더욱 생생해지는 이유는 일방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전문가들과 함께 ‘기후’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토크를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진행되는 <모바일 아고라: 토크 프로그램>은 2층의 전시 <서울 웨더 스테이션>의 연계 프로그램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탄소 정책과 지구온난화 그리고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여러 의견과 연구 및 활동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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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크 일정 -
⓵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4시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 공학과 교수) 와 현동진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장) 이 함께하는 ‘가까운 미래, 로봇과의 공생을 사유하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⓶ 10월 26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소설가 이서영, 이찬웅 교수가 함께하는 ‘지구가 비명을 지를 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⓷ 11월 9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제임스 링우드 (아트앤젤 어소시에이트 디렉터)가 이끄는 ‘월드웨더네트워크 - 세계 각지의 예술가와 작가들의 기상 예보’에 관한 토크를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토크 프로그램은 아트선재센터 웹사이트를 참고하여 예약할 수 있습니다.
⚫ 전시명 : 문경원 & 전준호 - 서울 웨더 스테이션
⚫ 장소 : 아트선재센터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87
⚫ 기간 : 2022년 11월 20일까지
⚫ 관람료 : 1만원
⚫ 관람시간 : 화-일 12:00 - 19:00 (수요일: 9시까지 연장 운영)
⚪ 문의 : @artsonje_center / www.artsonje.org / 02-733-8949
☕ 전시 보고 뭐하지?
<서울 웨더 스테이션> 전시를 보고 지구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탄소배출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전시장에서 경복궁역까지 가볍게 산책 후 근처 칵테일바 ‘뽐 pomme’ 에서 다양한 칵테일로 목을 적셔 보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모아 토크를 진행하듯, 향긋한 여러 주류를 한 잔에 솜씨있게 섞어낸 칵테일. 잠깐의 음미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를 망각의 길로 이끌어 준다는 점 또한 칵테일과 아티스트 토크의 공통점 아닐까 싶습니다.
⚫ 장소 : 뽐
⚫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5 1층
⚫ 운영시간 : 화-일 16:00 -01:00 / 월요일 휴무
⚪ 문의 : 02-725-4750
만드는 사람들 - 라켓팀
보보(편집), 임그노드(디자인), 해리(디렉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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