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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지 감로안 Jan 27. 2023

비거니즘 전성시대

귀엽고 지혜로운 할머니를 꿈꾸다 6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습니다항상 흔들리지 않으려 발걸음 하나하나 강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나중에 귀엽고 지혜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오색 찬란한 채소들을 요리해서 예쁜 접시에 담아 꽃으로 수놓은 음식을 만들며 요가와 명상을 즐기며 따뜻한 차 한 잔 마주하며 책을 읽고 싶다. 가끔은 마음이 허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 글쓰기 모임을 하며 마음 치유하면서 지내고 싶다. 산책을 할 때는 한 손에 집게를 들고 쓰레기를 주우며 자연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며 살아가기로 마음먹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정의에 불타서 지구를 구하려는 거창한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비거니즘을 알고부터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 되지 않기로 나와 작은 약속을 했다. 아직도 여전히 빚을 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작은 노력을 기울여 본다. 텀블러와 시장바구니, 손수건으로 늘 가방이 묵직하지만 작은 실천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변화가 있을 거라 믿는다.    

 

  다수의 의견만이 중요한 세상이 아니라 개인의 의견 하나하나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 고기를 먹느냐 안 먹느냐가 아니라 고기를 취하면서 행해지는 인간의 폭력성을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환경을 보호해야 하느냐 하지 않아야 하느냐가 아니라 내 이익을 위해 무심코 했던 행동들의 결과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가는 것은 최소한 막아보자고 이야기 나누면서 살고 싶다. 


  예를 들어 산업발전의 결과로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으로 인해 고래의 뱃속이, 새의 뱃속이 온통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지구 건너편 어느 나라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피해를 안 봤으면 좋겠다.      


  나의 비거니즘 라이프는 지금도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옳다고 믿으며 지켜온 일들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늘 지켜왔던 것을 여건상 실천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고집스럽게 실천하는 일도 있고 때로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외면할 때도 있었다.


위 책을 쓴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지구 진화 및 역학센터 교수, 호프 자런 뿐만아니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코로나로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남극의 펭귄이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현실이 이제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겨울은 춥지 않았고 간단히 지나갈 장마가 40여 일 계속되기도 하고 폭염이 몰려오기도 했다.           


  환경을 생각하고 비거니즘을 실천하지만 때로는 모순되게 겨울철 보일러를 후끈거릴 정도로 틀고, 여름철에는 겉옷을 겹쳐 입을 정도로 에어컨을 틀 때가 있다. 이런 모순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더 큰 집, 더 큰 차, 더 좋은 음식, 경쟁하듯이 여행지에 깃발을 꽂으려 더 멀리 더 자주 여행 갔던 것도 줄여 나갈 것이다.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일회용품들을 무분별하게 써 왔던 것도 지양할 것이다. 

         

  기후위기가 뉴스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하기에는 이제는 우리 현실에 너무 가까이 와 버렸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함께 하지 않으면 어느 한 사람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무너지는 일이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 기후 변화 전문가들은 말한다. 환경을 위한 최고의 실천은 ‘고기 덜 먹기’라고 말이다. 축산업이 발달하면 할수록 가축 키우는 전 과정에 탄소배출량이 늘어나며 비료를 쓰고 기계를 돌리고 저장 운송하는 과정에 모두 쓰이는 화석연료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문제이다. 

     

  특히 소고기 1kg를 얻기 위해 사료용 옥수수 16kg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뜨거워지는 지구를 멈출 수 있는 방법들을 우리는 안다. 다만 실천을 자꾸 미룰 뿐이다.   

   

  나는 20년 뒤 할머니가 되어서 손주들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2022년 그해 우리는 지구의 위기를 감지하고 모두가 채식을 실천하고 동물 포함 모든 생명체의 소중함을 알고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깨끗한 지구에서 마스크 없이도 서로를 안을 수 있고 파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다고 말이다. 세상은 비로소 연결되고 따뜻해지고 자연은 풍요로워지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비거니즘을 실천하면서 풍요로웠고 세상은 더 살만했고 지구는 더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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