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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Apr 09. 2022

희망이란 불확실한 기쁨

봄날의 희망을 꿈꾸면서





      

봄날의 정취가 감미롭게 감싸 오는 한낮의 공원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어디선가 코끝으로 스며드는 그윽한 풀꽃 향기가 봄소식을 전해주고 은빛 따사로운 햇살은 풀잎 위에서 반짝이며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얼마  봄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동촌유원지의 만개한 벚꽃을 찾아간 적이 있다. 공휴일도 아니었지만 봄의 싱그러움을 즐기려고 찾아온 사람들의 발길로 강변은 북적였다.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 아빠, 벚꽃보다 환한 웃음을 머금은 연인들, 행여 놓을까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 친구들과 환하게 웃으며 걷는 청춘의 얼굴에 봄은 꽃향기를 뿌리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듯했다.     


동촌유원지 벚꽃터널


생각해 보니 그동안 나는 봄을 제대로 품어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만 같다. 봄나들이 한번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삶은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일에 쫓겨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핑계를 대다 보니 제대로 된 봄을 온전히 느껴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것은 아닌지. 오랜만에 봄꽃축제를 찾아 활짝 핀 벚꽃 터널 속을 걸으며 봄 향기를 만끽했다. 강변에 핀 노란 개나리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가오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만의 작은 봄날의 희망을 벚꽃 향기에 담은 하루였다.     


동촌유원지 풍경


추운 겨울, 사람들은 꽃피는 봄날의 희망을 꿈꾼다. 그런데 우리의 생각이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봄이 와도 꽃향기를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최근 아침마다 확인하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봄과 함께 들려오는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아직은 마음을 놓을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누군가에 의해 불특정 다수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봄과 함께 잦아든다는 오미크론의 전파를 반기며 두려움과 절망, 무력감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온전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봄을 맞으며 내면에 깔린 불안을 조금이나마 걷어내고 희망을 채울 수 있는 날이 가득했으면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가 남편인 에피메테우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 그 안에 갇혀 있던 모든 것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상자의 뚜껑을 닫았지만, 인류를 파멸시키는 온갖 재앙과 죄악은 상자 밖으로 나와 세상에 퍼지고 희망만이 남았다고 신화 속 이야기는 그렇게 전하고 있다. 결국 판도라의 상자는 인간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상징하며 우리에게 앞으로 벌어질 일의 결과를 잘 생각해서 행동하라는 경고의 메시지 임에는 틀림없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는 수많은 어려움이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 희망은 늘 고난과 한 쌍의 형제처럼 붙어 다닌다고 한다. 신은 한쪽 창을 닫으면 반드시 다른 쪽 창을 열어둔다는 유명한 말도 희망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잘 말해주고 있는 이야기 아닐까? 인간에게는 누구나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희망이 존재하며, 희망이야말로 삶을 지탱해 주는 아주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곳에 가고 싶다 “ ”어떤 일을 하고 싶다 “ 사람은 누구나 희망을 품고 산다. 그러나 희망은 희망으로 끝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바로 불확실한 기쁨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희망은 동전의 양면같이 그것이 안겨주는 앞면의 기쁨과 불확실성이라는 뒷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희망과 불확실성은 공존할 수밖에 없다. 감정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희망은 우리들이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의심하는 미래나 과거의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불확실한 기쁨이다.'

결과가 어느 정도 의심되는 기쁨, 그러니까 불확실한 기쁨이 바로 희망이다. 희망이 이루어지면 기쁨이지만,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다.    

  

복권이 당첨되길 기다리는 희망처럼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과 같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있는가 하면, 일상에서 바라는 작은 기쁨을 향한 희망도 있다. 희망도 노력이 필요하다. 희망이란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어떤 것에 대한 믿음을 갖고 계속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확신이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통기타를 배울 거야”“내년에는 꼭 동해 해파랑길 33코스 걷기에 도전할 거야”“나는 이번 가을엔 혼자서라도 남이섬 여행을 떠날 거야” 이런 작은 것부터 적어보자. 내 마음에 희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쁨과 행복도 내 곁에 더 많이 머물고 있다는 말이니까.      


희망을 지닌 사람은 아무리 큰 아픔과 고통이 닥쳐와도 잘 이겨 내지만 희망을 잃은 사람은 반대로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요즘 우리 사회는 심한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것만 같다.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무기력증에서 빠져나오려면 희망보다 더 큰 처방은 없을 것이다. 어떠한 실패 속에서도 아직 희망으로 통하는 길은 남아 있다. 희망의 봄은 달아나지 않고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밀레니엄 세대를 앞둔 1989년 노영심이 작곡해 변진섭과 함께 부른 노래 ‘희망 사항’의 가사를 다시 들어보니, 마치 젊은 층의 희망 고문처럼 들리지만 그래도 애정이 간다. 힘들고 지친 일상이지만 절망에 속지 말고 희망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길 바라면서 가벼운 음악이라도 한 곡 들으면서 기운을 차리고 두려운 마음을 다잡아 보자.     



<희망사항>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머리에 무스를 바르지 않아도

윤기가 흐르는 여자

내 고요한 눈빛을 보면서

시력을 맞추는 여자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

내가 돈이 없을 때에도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여자     

멋 내지 않아도 멋이 나는 여자

껌을 씹어도 소리가 안 나는 여자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어울리는 여자     

내가 울적하고 속이 상할 때

그저 바라만 봐도 위로가 되는 여자

나를 만난 이후로 미팅을

한 번도 한 번도 안 한 여자     

라-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여보세요 날 좀 잠깐 보세요

희망 사항이 정말 거창하군요

그런 여자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

난 그런 남자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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