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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May 08. 2022

삶은 퍼즐 조각 맞추기

살면서 풀어야 할 미완의 숙제







인간의 삶은 복잡하고 다양해서 누구나 한 번씩 해본 경험이 있는 커다란 조각 그림 맞추기에 비유할 수 있다. 퍼즐의 작은 조각 그림 하나하나마다 각기 제게 맞는 자리가 정해져 있듯이 사람들에게도 모두 제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퍼즐 같은 삶의 답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누구나 귀를 쫑긋 세우고 솔깃해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재미없는 삶이 될 것인가 싶기도 하다.      


수십 개 혹은 수백수천 개로 난 그림 퍼즐을 와르르 쏟아 펼쳐 놓고 퍼즐 판에 퍼즐 조각을 맞추려고 하면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처음에는 어느 것부터 들고 맞추어야 할지 막막하다. 우선 테두리부터 하나씩 맞추어 나가면서 비슷하거나 같은 색깔의 조각들을 모아 맞추기도 한다. 도저히 알 수 없을 때는 완성본 그림의 전체적인 윤곽을 눈에 익힌 후, 색깔과 무늬를 생각해 가면서 한 조각씩 맞추어 나가다 보면 퍼즐 판은 점점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자신의 삶을 지탱해줄 꿈과 희망을 담은 밑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그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날마다 삶의 퍼즐 조각들을 하나둘씩 채워나간다. 때로는 조금 빠르게 때로는 조금 늦게 내 삶을 채워나가는 일상의 순간들과 만나는 장면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다 보면 더 나은 미래가 퍼즐 판의 그림처럼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삶을 살다 보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마련이며, 그 일들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는 스스로 선택해야만 한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완전한 만족을 느낄 수는 없다. 때로는 만족해하고 때로는 후회하며 아쉬워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미로와 같은 삶이기에 생기는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앞날을 알 수 없어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만약 우리에게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 불행해지지 않을까?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는 순간, 그 미래는 확정되고 우리에게 선택할 자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풀어야  삶의 숙제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학창 시절에 숙제를  하거나 두려워 미루면 꾸중을 듣는 것은 물론 성적이  오르는 것처럼, 삶의 퍼즐을 두려워하거나 짜증을 내면 인생은  슬프고 고달프다. 퍼즐게임을 하다가 가끔은 하나의 퍼즐을 붙들고 고민할 때도 있지만  자리를 모른다고 버리지는 않는다. 자리를 모르면 그냥 옆에 두았다가 다른 퍼즐이 맞춰지면서 생기는 빈자리에 넣으면 되는 것이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삶의 숙제를 보고 미리 겁을 내거나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퍼즐을 맞추듯 반드시  해답을 찾게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 삶의 순간순간들. 기억 속에 숨어있는 지나간 날의 추억들은 모두 다 내 삶의 조각들이다. 삶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퍼즐이 되듯 고요한 일상 속, 추억 속에 묻힌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꺼내 내가 살아온 날의 퍼즐에 끼워 넣어 보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삶이 베푸는 것들에 진정으로 감사하고 감동하며 살아갈 날의 미래의 빈자리에 소소하지만 보석처럼 반짝이는 행복한 퍼즐 조각으로 채워보자.



어린 시절엔 친구들과 삼삼오오 떼를 지어 동네가 좁다고 뛰어다니던 놀이들이 어렴풋한 기억 속에 한 조각 퍼즐로 남아있다. 장학생이란 우쭐한 명예로 보낸 학창 시절의 자존감도 지나간 시간의 한 조각 퍼즐일 뿐이다. 입대했다가 첫 휴가를 나왔을 때 나를 얼싸안고 “우리 아들 고생했지” 하며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처럼 따뜻한 날들의 조각, 말없이 등을 쓰다듬으며 미소 짓던 아버지의 손처럼 든든한 기억들이 만든 조각이 결국은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 된 게 아닌지.      


문득 그리워진 마음에 퇴근하자마자 사랑하는 사람의 동네로 달려갔던 열정이, 제시간에 맞춰 마중 나온 그의 손을 잡고 찾아간 찻집에서 늦은 밤까지 얼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새벽같이 뛰쳐나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지하철에 피곤한 몸을 맡긴 채 출근할 때, 끝날 것 같지 않은 업무로 오늘도 내일도 야근이 이어질 때, 이따금 사는 게 버거워질 때마다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삶을 위안하던 그 순간이 그립다.      


우리 모두 그 소소한 일상 속으로 함께 가 보자.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다정하게 건네는 관심 어린 질문들이 우리를 응원하고 위로해서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준 게 아닌지. 다시금 나의 별다르지 않아 잊고 살았던 소중한 날들을 돌아보게 한다. 삶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퍼즐이 되듯 고요한 일상 속 사라져 버린 그 조각들을 회상하면서 내가 살아온 날을 기억하며 살아갈 날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행복일 것이다.     




아직은 나만의 퍼즐은 완성되지 않았고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과연 내 삶의 퍼즐을 얼마만큼 맞추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나는 시간상 지금, 내 삶의 퍼즐을 최소 70~80% 맞추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퍼즐은 어떤 그림을 그리며 나타나고 있는가? 때로는 아름다운 꽃 그림을 그리며 다가오다가 비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쓰러졌던 나무처럼 아픈 그림도 보인다. 들쑥날쑥하게 그려지다 부드러운 곡선을 타고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퍼즐 조각을 맞추면서 어떤 한 조각이 안 보여 당황했던 경험이나 피하고 싶었고, 미웠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의 퍼즐도 있다. 그러나 사실 퍼즐 조각 하나하나는 좋을 것도 싫어할 것도 없이 각각 다 필요하다. 없으면 나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 그 퍼즐 조각들이니까.     


내 삶의 퍼즐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윤곽은 드러나 있다. 지금은 남은 미완성의 퍼즐 그림의 완성을 위해 오늘도 내 앞에 놓인 소중한 조각들의 의미를 깨달으며 행복한 마음으로 맞춰가고 있을 뿐이다. 내 삶을 지탱해온 많은 것들. 그것이 시련과 절망이든, 희망이나 행복이든, 과거에 대한 후회와 원망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오지 않은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며 행복한 삶의 조각들로 채워 나갈 것이다.


삶은 퍼즐 맞추기다. 오늘도 나는 남아있는 삶의 조각들을 찾아 맞추며 내가 선택한 내 삶의 의미를 묻는다. 삶이 우리에게 던져 준 숙제가 각자 다르듯 삶의 의미도 사람마다 다르기에, 내가 만든 삶의 조각들이 더 아름답고 어둠 속에서도 찬란히 빛나는 보석처럼 반짝이기를 소망한다. 내 삶의 남은 빈칸에 마지막 퍼즐 조각을 채우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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