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하늘을 보게 된 이유
소녀는 창밖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맑고 고운 목소리가 풍금 소리와 함께 음악실을 가득 채운다.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다름 아닌 가곡 *‘그네’*다.
언제나 이 곡을 들을 때면 소녀는 자연스레 창밖 하늘로 시선을 옮기곤 한다.
그리고, 머릿 속에는 예쁜 꽃상여 행렬이 생각이 난다.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는 모시 한조각도 연상이 된다. 가만히 떠오르는 그 꽃상여와 속절없이 날아가는 모시조각의 모습에 소녀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가슴속에 담아둔 말을 혼잣말로 꺼내보듯, 그녀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속삭인다.
"삼촌, 왜 그렇게 일찍 가셨어요? 숙모랑 아이들은 어쩌라고요?"
아직 어린 아이들이 아빠의 빈자리를 얼마나 느낄지 생각하면 마음이 더 아려온다.
그런 생각에 소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힌다.
사고로 너무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삼촌이 그리운 것이다. 이 아픔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소녀는 혼자 창밖 하늘을 보며 상상해본다.
어느새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한 줄기 밝은 햇살을 바라보며, 소녀는 그 햇살 속에서 천사들을 떠올린다.
그 천사들이 어쩌면 삼촌 곁에 있을 거라고, 삼촌을 잘 지켜주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인다.
“우리 삼촌, 잘 지내고 있지?”
소녀는 속으로 조용히 물어본다.
마치 하늘 저 편에 있을 삼촌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듯이.
*그네* : 김말봉 작사, 금수현 작곡의 가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