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어라, 뒹굴어라, 시골소녀여!
사방팔방 산과 물과 흙이 있는 이곳은 소녀가 사는 시골이다.
바람이 솔솔 부는 날,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으면
산으로 가고, 더운 날이면 팬티만 입고, 첨벙! 물로 뛰어들 수 있고, 집에 있는 칠성사이다 뚜껑만 여러 개 있으면 흙에 물을 부어 뚜껑을 그릇 삼아 빵개살이~
소꿉놀이도 할 수 있는 곳!
이곳은 소녀가 사랑하는 곳! 시골이다!
더운 여름날, 엄마가 사 준 수영복을 입고, 수건 하나 걸친 채, *갱빈으로 향한다. 이곳은 물이 꽤나 깊은 곳도 있다.
수영은 개헤엄 밖에 못 치지만, 과감하게 다이빙을 한다.
'풍덩, 어푸어푸.' 까르르 웃으며, 수영을 한바탕 하고,
실컷 물놀이를 하고, 집으로 향한다.
온몸이 젖은 채로 걸음을 재촉하며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토끼가 있다. 어미토끼가 새끼토끼를 낳았다.
토끼를 빨리 보고 싶어 그리도 서둘러 왔나 보다.
새끼토끼가 눈도 못 뜬 채로 있다.
그런데, 토끼장 안에 있어야 할 갓난 토끼가
보이지 않는다.
순간, 어른들이 어미토끼가 새끼토끼를 낳으면,
새끼토끼를 먹어버린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새끼토끼가 태어난 후 너무 자주 토끼장을 본다든지, 갓난 새끼를 자주 만질 경우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녀는 보고 싶어도 참았는데,
토끼장 안을 찾아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발견된…
토끼장 아래로 거뭇한 무언가가 꿈틀댄다.
아뿔싸! 토끼장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동생은 무서워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8살 소녀는 큰일이다 싶어 겁이 났지만, 조심스레 잡아
다시 토끼장 안에 넣어둔다. 다행히 소녀의 아빠가 어미토끼와 따로 격리해 둬서 어미토끼가 자기 새끼를
잡아먹을 일은 없었다.
"휴~ 다행이다. 나랑 건강하게 자라자!!!!"
소녀는 중얼거린다.
실컷 놀고 난 후 방에서 뒹굴뒹굴~ 해는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찾아왔을 때,
멀리서 들리는 소리!!! 엇!!! 경운기 소리다.
멀리서 들리는 '털털털'하는 경운기 소리!!!
멀리서 들려도 알 수 있다. 부모님의 경운기 소리.
'우리 집 경운기 소리다. 부모님이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고 계신다.'
소녀는 마음이 분주해진다. 어질러진 방을 둘러본 후, 얼른 눈에 보이는 것만 치우고,
걸레를 빨아 바닥을 닦고, 청소를 한다.
머리에는 수건을 두르고, 몸빼 바지에 장화를 신은
엄마가 등장하기 전 방을 깨끗이 치워야 한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일을 하고 온 부모님이 난장판인
방을 보면 화날 법도 하니....
*갱빈 : 강변의 방언(경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