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나는 이다지도 미약한가 를 되뇌는 당신에게.
신입의 고충이라는 것은 비단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작은 회사의 팀장이 된 내가 이것을 미처 보지 못해 그들의 고충을 알 수 없었던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라고 변명을 먼저 깔아본다. 첫 회사도 지금 같은 작은 스타트업이었고, 너무 작고 소중해서인진 모르겠지만 입사하고 한 달만에 사수가 나가버렸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당시 회사 상황을 너무나 잘 알았던 인재로서, 도피를 하되 그 준비를 다 마칠 녘에 내가 나타났던 것 같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사수가 없어진 상황에서 나름대로 연구하고 머리 굴려가며 이래저래 짬을 쌓긴 했지만 그다지 인사이트가 나올 법한 양질의 것들은 아니었다. 그러니 내가 잘하고 있는지, 잘했는지, 이 결과가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리 만무하였고 그 상태 그대로 경력과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일반적인 신입들의 고충에 공감할 수 있는 접점 또한, 없었다.
혼자 일하는 것이 버릇이 되고 혼자 판단하는 것이 기준점이 되어버리면 혼선 조차 없다. 누군가가 피드백으로 신경 써주고 때론 괴롭혀줘야 뭐라도 꿈틀 한다.
그렇더라. 몰랐다. 아니, 애초에 그런 고충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내 위치에서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나 할 줄 알았지 누군가에게 사려 깊은 관심을 둘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가 괴로워한다는 것도 몰랐다. 지금까지의 신입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다들 바빠 보이고 알아서 척척 잘만 하는데, 난 왜 이렇게 느리고 못하고 물어볼 것만 많지'
그렇구나. 그런데 당연한 거 아닌가? 당신이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질문도 없고, 궁금한 것도 없고, 신기한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면 경력이 신입과 다를 게 뭔가?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한데, 이런 생각을 왜 하는 건지가 궁금해졌다.
어리바리, 내가 지금 뭘 하고 있긴 한 건가, 뭘 하고 있긴 한데 이게 맞는 건가 싶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있을 때 이를 아무도 살펴주지 않고 실수도 괜찮다고 때론 말해줄 누군가가 없으니, 너무나 당연한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카오스에 빠지는 것이다. 대부분 사수들은 신입이 들어오면 처음 며칠은 의식적으로 관심을 갖는다. 나름대로 준비해서 뭘 알려주기도 하고, 신경도 써보지만 결국 자기 일이 먼저고, 급하고, 중요하고, 또 사실 그게 맞고. 어느 순간, 이 어중간한 경계에 놓인 뉴비는 누구의 머릿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각박하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올챙이 적을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방목이라는 명목 아래 방치한 것이다.
라떼 스킬을 꼭 4050 꼰대만 하라는 법은 없다. 그들을 그대로 방목한 우리 자체가 라떼인 것이다.
이제라도 말해주자. 사람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으며, 그래도 된다고.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어!'를 문 앞에서 결연히 외쳐도 회사라는 공간에만 들어오면 나만 바보로 느껴지는 듯한 이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실무에 빠삭해 보이는 내 사수도, 뭐든 알아서 척척 해결하는 팀장도 다 그런 때가 있었다. 신입에게는 신입의 역할이, 팀장에게는 팀장의 역할이 있듯 각자의 단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외치자. 이 정도면 오늘 괜찮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