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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서 May 25. 2021

[린하게 일하기] 커뮤니케이션, 그것은 대화인가?

그게 대체 뭐길래 강요/강조 합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짬바가 어느 정도 되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충분할테니 굳이 이 글을 보지않아도 된다, 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생각보다 대화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아니 그 본질에 대해 깊은 고민 한 번을 해본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의 종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업무스킬이고 다른 하나는 처세술에 관련된 것입니다. 벌써부터 입질이 옵니다. 맞습니다. 후자의 처세술이라함은 다시 말해 서비스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정노동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 라는것은 곧 이성과 감성을 모두 능히 해낸다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후자의 처세술을 다루고자 합니다.


이쯤되면 대부분 '아, 감정노동 극혐인데 결국 비위 맞추기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고, 또 그렇기도 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저도 무슨 말인지를 근 몇 년 가까이 지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정확하게는, 일잘러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상당 부분, 아니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요. 처세술=사바사바 공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 합니다.

사수, 상사와 같은 윗사람들에게 '걔는 일처리가 참 꼼꼼하고 야무져'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업무 스킬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업무스킬에는 조율과 처세술, 그리고 대화의 스킬이 포함되는데요. 물론 와닿지않을테니 예시를 들어보죠.



상사가 이번 캠페인 준비를 위해 A 광고에 대한 집행 가능 여부와 단가 등을 조사해오라고 합니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습니다. 단 하루만에 상세한 예산 플랜까지 받았어야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요.

여기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일단, 보고가 3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못합니다. 어떤 곳에서도 캠페인의 상세 플랜을, 30분 내로 주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아직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통화를 한다면 30분은 꽤 여유있는 시간이죠. 이제, 설득의 과정에 들어서면 됩니다.

처세술에 능한 사람은, 다짜고짜 전화로 '내가 30분 내로 보고를 해야하는데 미안하지만 예산을 시간내로 좀 달라'고 하지않습니다. 다만 100%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했어야 했던 일을 해낼 순 있습니다. 요청을 받는 사람 입장에선 무조건 달라고 하면 당황스럽고 예의없게 느끼겠지만, 먼저 전반적인 내용을 훑어보고 이후 유선으로 '피드백' 형태로 요청하면 얼마든지 답해주죠. 그러나 피드백을 요청할만큼 지식이 없다면? 모르는 것들을 먼저 체크하고, 질문을 추리고, 이를 토대로 답변을 받아내고 빠르게 내용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0보단 50이 낫죠. 만일 상사의 답변이 '내가 원했던 것은 100이었다'고 말 한다면, 조금 더 보완해서 보고드리겠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한가지 예시를 더 들어보죠.



전화가 울립니다. 광고주 김빵빵 대리입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받아봅니다. 또 시작이군요. 대충 윗선에서 어쩌구저쩌구하는 이유로, 이러저러한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를 기획하라고했는데 나는 오늘 매우 바쁘고 너에게 일을 시키기위해 전화했다 라는 내용입니다. 게다가 경쟁사 조사까지 하라는군요. 네. 또 일이 하나 늘었습니다. 여기서 짜증이 난다면 삼류 아니고 정상입니다.

머리를 굴려봅니다. 대충 경쟁사 현황만해도 최소 5군데는 돼야 조사했다고 생색이라도 낼 수 있을 것이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엄청난 아이디어로 머리를 굴리고, 어딘가 어색한 초안으로 보고를 하고, 전반적으로 뚜드려맞은 후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고 있는 미래의 내가 보입니다. 오늘도 옥상에서 선셋을 보겠군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알겠습니다'라고 전화를 끊은 그 순간부터입니다. '알겠다'라고 답 하는 순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그것을 기대하고 상대는 나몰라라 전화를 끊었을테니까요. 여기서 할 수 있었던 가장 근사한 대답은 두 가지입니다.

1. (짬이 없어서 즉시 대안을 못 할 경우) 내부적으로 논의해보고 회신드리겠습니다.
2. 그것은 대략 최근 트렌드를 떠나서 현재 너네 상황에 맞게 이러이렇게만 해도 된다 라고 안내해줍니다.
 
물론 상대의 직급이나 태도 등에 따라 상당히 어려움이 따를 수 있는 스킬입니다만, 뭐가 됐든 원하는 답만 주면되고 어렵다면 약간은 애매한 답과 함께 머리를 굴려봅니다. 위 1번의 답변처럼, '당장 하겠다고 하기엔 애매하고 거절은 아니지만 일단 고민 좀 해보고 답 줄게'라는 적당한 답변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상대가 원하는 것의 본질은, 프로모션이나 특급 이벤트가 아니라 윗선에 보고할거리 라는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혹시, 그런 요청을 주시는 이유가 000인가요?"

질문해봅니다. 보통, 요청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없이 정리없이 결론, 덩어리만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대부분이 빠지는 함정은, 일단 요청사항 그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막상 해결할 수도 있는 일임에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면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참고로 위의 사례에서 광고주가 원하는 것은 소비자의 자발적 리뷰 생성이었습니다. 과연, 대단한 프로모션까지 가지 않고도 아주 간단한 장치 하나만으로도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예산없이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안달라는 엄청난 요청사항이 더욱 저의 피를 끓게 했죠. 결론은, 최소한의 요구사항으로 비교적 빠르게 대상자에게 확인을 받는 것. 그것이 요즘 말하는 린-하게 일하는 방법입니다.


✓ 100%가 어렵다면 50%는 채우기

✓ 예시를 들어 되묻거나 역제안하기

✓ 정확한 목적을 묻고, 원하는 답 주기


모든 상황이 항상 만족스러울 순 없습니다. 때로는 말도 안되는 요구사항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수용하면서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고 방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면, 딱 하나만요.


'답이 없다'라고 생각하기전에
'모르겠다'라고 하기 전에
습관적, 수동적 대답을 하기 전에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세요.

그리고, "진짜 커뮤니케이션"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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