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에서 1년 살기
상수동 일기⑤
20,000동이니까 2로 나눠서 0을 빼면 우리 돈 1,000원. 반미가 1,000원.
생각해보면 호이안 올드타운 초입
마담콴(MADAM KHANH)에서의 반미 한 입은
고수와 고기가 맛의 라임을 맞추며
바삭한 바게트라는 식감의 라임을 또 맞춰줬었다.
베트남을 처음 여행할 때 스트리트푸드의
엄지척이었던 반미.
그 1,000원에, 입이 행복하게 두근거렸던 기억이
비행기로 4시간30분 바다를 건너오더니 이놈의 서울에서는 10,000원짜리, 입이 호사스러워해야 할 음식으로 변해 버렸다.
그렇게 기억에서 멀어졌던 건망의 와중에
발끝으로 내 그림자 꼬리를 밟는 오후 느릿느릿한 산책길 가장자리에서 작은 반미집을 만났다.
몇 걸음 전부터 전해오는 베트남 냄새. 엄밀하자면 고수 냄새. 좌석 몇 안되는 실내 주방에서 중년 부부가
바게뜨를 굽고 채소를 다듬고 고기를 볶았다. 포장을 주문하고 기다리며 곁눈질로 바라보는 그 모습이 아.름.다.웠.다. 먹고 사는 일이기 전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진정이 담긴 몰입.이 느껴져서일까.
맛을 기억한다는 건 신이 인간에게 준 행복한 능력이다. 그렇게 베트남 길거리 맛을 소환해 보지만 이 서울의 맛은 다른 기억으로 대답을 했다. 그래도 좋은 건 그때의 맛과 지금의 맛이 또 하나의 기억으로 다음의 맛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밥을 먹기도 그렇고, 술을 마시기도 그렇지만 입과 배가, 출출한 갈림길에 서는 오후에는 우리 동네의 반미 한 입을 해야겠다.
2021.12.30.
C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