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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터테이 Oct 31. 2020

다구(茶具)의 구성, 찻자리 준비물

드립티를 내리며 힐링하는 시간

쏟아져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찻자리를 만들었다.

강렬한 햇빛에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들었지만, 빛을 받고 반짝이는 기물이 참 이뻐서 한동안 얼굴에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이런건 차멍이라고 해야하나. 불멍(타오르는 불 바라보며 멍때리기), 물멍(물 보며 멍때리기)은 말이 되는것 같은데, 차멍이라는 말은 영 어색하긴 하지만, 차를 우리면서 멍~하게 보내는 시간은 그야말로 힐링이다. 


물 끓는소리, 개완에 물 따르는 소리, 우린 찻물을 따라내는 소리.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이런 소리가 참 좋다.


햇살좋은 오후, 베란다에 티테이블을 만들고 힐링하는 시간




요즘 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것 같다.

한참 중국에서 차공부를 하던 몇년전만 해도 비전없는 차를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는 의아함을 내비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름 좋은차라고 선물로 주면, 내가 선물에 담았던  차에대한 가치와, 받는사람들이 느끼는 가치의 갭이 너무나 커서 속상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좋은차라고 줘봤자 먼지만 소복히 쌓이다 버려질게 뻔했으니.


하지만 이번 코로나시기를 맞아 자가 면역력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차를 약재로 사용했었고, 많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차의 항산화 효능(면역력증가)이 입증되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 생각도 되었지만, 코로나시기를 맞고 나서야 재조명 된다는것이 약간 씁쓸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침체되어있는 우리나라 차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는것은 차계에 있는 사람들로선 좋은 일이긴 하다. 


중국 다구인 개완(盖碗)을 사용해서 녹차 우리기


다구(茶具)는 차를 달여(우려)마시는데 필요한 기구로서, 차판, 개완, 자사호, 찻잔, 차받침, 공도배, 거름망, 퇴수기, 차칙, 다하, 차시, 집게등 아주 다양한 도구가있다. 


이 많은 기물은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겠고, 특히 이제야 차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초보자에겐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알고보면 찻자리 구성은 의외로 단순하고 간단하다. 메인 기물 몇 가지 외에 사이드 구성품이야 있으면 좋고, 없어도 하등 관계가 없는것이다. 


솔직히 집에서 밥상차릴때도 그렇게 많은 그릇이 필요치 않은것처럼 말이다.

손님이 오실때나 크기별 용도별로 분류된 좋은 그릇을 꺼내느라 부산하지만, 막상 혼자 차려 먹을때는 매일 쓰는 한 두개의 그릇과 수저만 있으면 되는게 아닌가.

  

누구에게 자랑하고자 멋들어지게 꾸미는 목적이 아닌 이상, 본인의 힐링타임을 위해 마련하는 찻자리는 메인 기물 몇 가지만으로도 내 마음의 안식을 찾기에 충분하다.  


물 끓이는 전기포트, 

차를 우리는 용기(개완, 혹은 자사호)

찻물을 따라내 모아놓는 용기(공도배)

찻잔  


이렇게 네 가지만 있어도 훌륭한 찻자리 구성이 될 수 있으니, 초보자도 차에 입문하여 드립티를 내리며 힐링하는 잎차의 새로운 세계를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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