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2. 한옥 잡초베기
이때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한껏 약오른 8월초로 거슬러 가야한다.
어찌보면 꽤나 충동적으로 결정한 한옥 계약을 마치고 허리만큼 자라난 풀을 먼저 베기로했다.
우리 세 가족은 한여름의 뙤약볕은 아랑곳않고 풀베기에 사력을 다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6시도 되지 않은 새벽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해는 밝게 빛났고, 풀 베기 시작한지 몇 십분 되지도 않았지만 땀은 비오듯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 나만 그런게 아닌, 환갑이 훌쩍 넘은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오래된 아파트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겨올 생각에, 그것도 한옥집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올랐나보다. 그도 그럴것이 16년동안 같은 곳에서 정체된 생활속에 일탈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더욱 그럴것이다.
잘라도 잘라도 끝 없는 대나무는 어찌나 발육이 좋은지 2미터는 훌쩍 넘어있다. 기와 높이를 넘어 빼곡히 올라간 대나무와의 전쟁은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았다. 밑둥을 자르고 잔 가지를 치고, 적당한 길이로 쳐내어 한곳에 모아두었다. 며칠간 이 작업만 쉼없이했다. 평소엔 대나무밭을 좋아했고, 바람따라 대나무가 차라락 내는 소리가 시원해 죽림을 즐겨찾았지만, 이젠 징글징글하다. 톱으로 스걱스걱 베어내느라 어찌나 용을 썼던지 손아귀가 저릿저릿한게 전기까지 오는것 같고, 왼손으로 낫질을 하느라 잔가지는 제대로 쳐지지도 않고 힘만 두 세배가 소모됐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잡풀은 아빠가 예초기로 훑고 지나간 후 갈코리로 긁어서 한 데 모았다. 그나마 풀이라도 정리하니 집이 훨씬 말끔해보인다.
땀이 비오듯 흐르는 여름날, 대청마루에 앉아 하늘을 보니 지난 수고가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다.
아파트에 가리고 건물에 가려져 제대로 된 하늘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뻥 뚫린 하늘을 보고 있으니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구름이 기와에 머물다 가고, 바람이 나뭇잎 사이사이를 휘젓고 다니고, 새 소리 바람소리가 자유롭다.
하늘만 올려다보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게 재밌다니, 이런게 힐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