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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May 10. 2022

방파제 가족

 엄마의 투병은 안 힘들었던 적이 없었겠지만 특히 근 2년은 가장 힘든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모두 방파제가 되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그런 이유로,맑은 날이면 그런 이유로, 모두 방파제가 되어 서로 얽혀 붙어 파도를 맞았다. 


 엄마는 아침부터 먹지 않은 것 까지 모두 토하고도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한다며 생전 좋아하지도 않던 과자를 찾았다. 나는 그 모습에 부서졌다. 

 엄마는 근육이 다 빠져버려 살가죽만 남은 채로 세상의 온갖 이유를 들며 날을 세우는 날카로운 말들을 날렸다. 나는 그 말에 부서졌다. 

 병원에서 주무시고 아침에는 회사로 저녁에는 병원으로 매일을 출퇴근하시는 아빠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그림자. 그럼에도 나와 동생은 힘들어서 병원에서는 못 잔다며 집으로 돌려보내는 아빠. 나는 또 부서졌다. 

 다 커도 철이 들 것 같지는 않던 동생이 엄마에게 자꾸 따뜻한 말을 건네고 사소한 수발, 큰 수발 모두 자처해서 나선다. 나는 왠지 모으게 또 부서진다. 


 나는 매 순간 부는 연약한 바람에도, 거센 파도에도 항상 부서졌다. 나는 매번 부서졌다가 부서진 조각을 찾아 다시 이어 붙이기를 반복했다. 아빠도 동생도, 누구보다 엄마도 모두 매일 부서지고 매일 조각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방파제였다. 부서질지언정 무너질 수는 없었다. 한 명이 제 몫의 파도를 맞아야 다른 이를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매번 멀리서 솟아올라 다가오고 있는 그것의 크기를, 세기를, 깊이를 진작에 경험으로 가늠하고도 순순히 몸을 내었다.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헤어짐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누구 하나 울지 않았다. 아직은 무너져서는 안 되기에. 

 우리 네 식구가 바다에 내어진 동안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채 매우지 못하는 공간을 찾아 팔을 넣고, 어깨를 괴어주었다. 아슬아슬한 우리가 무너질까 신체의 일부분씩을 내어주었다. 


타지에서 홀로 일하는 새신랑 남편은 아파트 단지 화단에 있는 크로바 군락에서 행운을 찾아 나에게 건넸다. 웃기게도 부서진 나는 네 잎으로 된 크로바 한 줄기에 다시 일어서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내 몫의 파도를 맞으러.





一次一次你 吞下了淚滴

一次一次 拼回破碎自己

一天一天你 是否還相信

活在你心深處 那頑固自己


매번 눈물을 삼키고

매번 조각난 스스로를 이어 붙이지

하지만 하루 하루 믿고 있을거야

니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완고한 자신을          

 

《頑固》————五月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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