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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해간잽이 May 17. 2024

지옥(버스/철) 탈출, 언젠가 우리도 이룰 수 있겠지



 사흘간의 연휴가 끝나자 세상은 다시 직장인의 시계에 맞춰 흐른다. 아직 덜 밝혀진 어둠 사이를 가로지르는 한 줄기 전철 안에는 무수히 많은 직장인이 태양보다 먼저 아침을 안고 달리고, 텅 비었던 사무 단지는 직장인의 부산한 발걸음으로 채워진다. 잠든 도시를 깨우는 자, 그들은 지옥(버스/철)에서 살아 돌아온 직장인이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통근하는데 30.8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22년 대도시권 광역교통조사'에 따르면 대도시권 통근 인구의 통근 시간은 이보다 훨씬 길어진다. 위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대도시권 통근 시간은 출근 56.5분, 퇴근 59.4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도권의 통근 시간은 출근 58.8분, 퇴근 61.1분으로 수도권의 통근 인구는 다른 권역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통근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도권 통근 인구 중 43%는  출근하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외 부산울산권은 29%, 대구권 23%, 광주권 18%, 대전권 22%가 출근에 1시간 이상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중국도시계획연구소(中国城市规划设计研究院)와 바이두지도(百度地图)가 함께 2023중국주요도시통근예측보고서(2023年度中国主要城市通勤监测报告)》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주요 도시의 평균 편도 통근 시간은 36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베이징의 평균 편도 통근 시간은 47분으로 주요 도시 중 가장 길었고 편도 통근에 1시간 이상을 쓰는 인구 비중도 28%에 달해 전국에서 통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도시에 올랐다. 그 밖에 상하이는 통근 인구의 18%, 충칭은 17%가 편도 통근에 1시간 이상을 쓰는 도시로 조사되어 베이징의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마르케티(Cesare Marchetti)는 직장인들이 용인할 수 있는 통근 시간이 편도 30분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과거 로마시대부터 중세 유럽을 거쳐 현재까지 직장인들은 시대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하루에 1시간을 통근에 써 왔다는 주장이다. 바꾸어 말하면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로마 시대 직장인은 도보 30분 거리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했고, 편리한 교통 여건을 누리는 현대인도 여전히 버스와 전철로 편도 30분 거리를 오가며 출근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고속철 노선망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베이징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2배에 달하는 징진지 지역권(京津冀)을 고속철로 연결하는데 지난 10년간 힘써왔다. 베이징 주변으로 뻗어나간 철도망은 주변 도시 인구의 통근 지도도 바꾸어 놓았다. 베이징에 직장을 잡은 직장인이라도 베이징의 높은 집값과 물가를 감당하는 대신 외곽 도시에 살면서 고속철을 이용한 베이징으로의 출퇴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고속철을 이용하면 베이징으로부터 60km 떨어진 줘저우(涿州)에서 25분, 100km 떨어진 톈진(天津)에서는 33분이면 베이징시 중심에 도착하게 된다. 조사에 따르면 징진지 지역권의 통근 인구 5천700만 명 중 2%는 주거지의 행정구역(省,성)과 다른 곳으로 출퇴근하는데, 이 중 80%는 타지에서 베이징으로 통근하는 인구다. 


 마르케티가 말하는 '30분'은 과거와 현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물리적 시간이지만, 현대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통근의 부담감은 로마 직장인이 느끼는 부담과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교통의 발달로 더 먼 거리에서 이동하는 통근 인구가 늘고, 이에 따라 출퇴근 시간에 도심 안팎으로 집중되는 인구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르케티가 말하는 '용인할 수 있는 30분'과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지옥인 셈이다.


 통근으로부터 자유로운 직장 생활은 여전히 요원한 것일까.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재택근무의 도입이 앞으로의 근무 형태를 지속적인 재택근무로 바꿀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코로나 상황이 해소되면서 사무실 근무로 전환하거나 재택근무를 축소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반면 중국의 최대 여행사 씨트립은 코로나 상황 해소 이후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3+2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를 2년간 시행해오고 있다. 


 3+2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선택적으로 근로자가 희망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씨트립은 2010년 고객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9개월간 시범적으로 도입한 적이 있다. 이후 2021년 8월부터 6개월간 직원 1600명을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실시한 뒤 2022년 3월 1일부터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3+2 하이브리드 근무를 공식화했다. 2022년부터 2년간 하이브리드 근무를 통해 절약한 씨트립 직원의 통근시간은 70만 시간에 달한다. 올해 연말에는 3+2 하이브리드 근무를 확장해 설 연휴 앞뒤로 1달 반에 걸친 재택근무를 도입한다. 재택근무를 신청하는 직원들은 2024년 12월 29일부터 2025년 2월 15일까지 사무실에 나오지 않고 고향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아침 7시 반 자연스레 눈을 떠서 집 밖을 나오면 지나가는 골목마다 햇살 아래 꽃이 나를 반기고

문 열린 가게 사이로 흐르는 노랫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다.

쫓지 않고 쫓기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떨어지는 해가 비스듬히 강에 누울 때, 시장에 들러 한 손 가득 장도 보고.

마침 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 나를 기다린다 말하고

활짝 핀 꽃이 가득한 그곳이 우리의 식탁이 되어 술 한 잔에 농담과 웃음이 오간다.

내일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고민은 따뜻한 밤바람에 날아간다.


 중국 싱어송라이터 마오부이(毛不易)의 노래 《평범한 하루(平凡的一天)》의 가사 내용이다. 특별한 것도 복잡한 것도 없는 일상의 모습인데, 어쩐지 부러운 마음이 든다. 작가도 그 마음을 아는 듯 이렇게 마무리한다. '언젠가 우리도 이룰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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