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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물고기 Dec 15. 2023

미국에서 출근길을 나섭니다

미국에서 새벽에 출길을 나섭니다

 

새로운 직업은 구했지만,
새로운 집을 구하진 못했다.

그리하여 매일 새벽 다섯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집을 나선다
서울에서 세종까지 정도의 거리를 운전해 가면  
여섯시 반쯤 가게에 도착한다.  

가게에 도착해도 여전히 세상은 까맣다.
가게 문을 열고, 어제 접수된 빨래들을
세탁하기 시작한다.

건너편 가게는 여섯시부터 문을 여니,
여섯시반에 여는 게 그리 빠른편은 아니나..
세탁소 대부분은 여덟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건너편 사장님.. 왜 그러세요... 저... 졸려요)


가끔 슈퍼차저에서 밥도 준다


아무튼 출근길은 꽤 졸리다.
새벽에 일찍 출발하기도 하지만
차들도 많이 없고, 어두우니 더 졸리다.

게다가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며  
영어 방송 같은걸 켜놓고 가니 졸릴 수 밖에..

그렇게 졸릴 때면 한국에 있는
 아무에게나 보이스톡을 건다.
(세상 좋아졌다)

내가 출근할 때가 한국은 저녁 여덟시니
어떤 이는 회식을, 어떤 이는 가족과의 시간을
또 어떤 이는 아직 회사에서,
어떤 이는 가게에서 전화를 받는다.  

그들과 떨어져 다른 공간에 있는 게 확 느껴지면서도  
또 같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눈 올땐 공포 그 자체

아무튼 그렇게 하루를 열심히 빨래들과 손님들과
지내고 여섯시 반이면 가게 문을 닫는다.
건너편 가게는 일곱시에 문을 닫는다
(진짜 왜 그러세요, 사장님)

그리고 한시간반을 운전해 가면
대략 여덟시쯤 집에 도착한다.  

집에 갈 땐 배도 고프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단 생각에
출근길 보단 덜 졸리다.
 역시 이것이 가족의 힘.    

집에 도착하여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고 또 아쉬운데
짧은 시간 함께 놀다가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 이게 바로 가장의 참 모습인가
싶기도 하다. (읭?!)

 

아직은 새로운 시작에
이런 생활 역시도 즐기고 있지만,
그래도 빨리 지금의 집이 팔리고,  
가게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여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아무튼 나의 길고도 먼, 그래도 그 속에서도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출퇴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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