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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물고기 Oct 31. 2024

빨래를 해야한다


아부지,어머니가 계획보다 일찍 귀국 하셨다. 



아부지의 얼굴에 갑자기 무언가가 났다.

처음엔 단순히 피부 알러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것들이 빨개졌다.

항바이러스제 정도면 될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삼촌께서 아부지를 모시고 응급실로 가 진료를 받으셨더니

대상포진이라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눈 쪽이라 혹시나 눈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까 우려되어,

토요일 응급실 방문 후, 

일요일 비행기로 급히 귀국 하셨다.


다행히 한국에서 진찰 결과, 

눈에는 큰 문제가 없으시고

대상포진도 약하게 와서 금방 호전이 되셨다.


아부지, 어머니가 귀국 하시던 일요일에도 

나는 새벽에 가게에 나가 빨래를 하였다. 


손님들의 셔츠를 빨래 하였다.

목에 낀 더러운 때와 손목 때를 

뜨거운 물에 불린 후, 

빡빡 문때고, 빨래를 돌렸다. 


빡빡 문땔때마다 

아부지와 어머니와 보낸 시간도 

빨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세탁을 하고 싶었다. 깨끗히 하고 싶었다.


내가 아부지, 어머니에게 했던 예의 없는 행동과 

아부지 어머니를 불편하게 했던 행동들을 

그럴 순 없겠지만, 

셔츠의 목 때 빼듯, 깨끗히 세탁하고 싶었다.


옷에 묻은 더러운 때들은 쉽게 세탁이 되는데,

내가 한 후회되는 행동들은 내 마음 속에서 

세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워지지 않는 얼룩 처럼-

마음 속에 남아 아부지,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으로 

남아 있는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함께 아침을 먹고

공항에서 배웅을 하는데, 그 얼룩들이 

자꾸만 눈물이 되어 나오려고만 한다. 


손님들에게 깨끗한 셔츠를 전달 하듯, 

아부지,엄니에게 미국에서 좋은 시간들만 

만들어 드리고 싶었는데,

아부지가 아프셔서 귀국을 하시게 되니 

아내와 나 모두 죄송스럽다. 



아부지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말씀 하신다.

언제나 네가 그랬듯, 긍정적이고 에너지 있게 생활한다면 

모든게 잘될꺼라고. 그러니 한숨을 줄이고,

힘내라고. 


엄니, 아부지 앞에서 했던 

한숨을 쉬거나 피곤해 하던 그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죄송스런 마음으로 남는다. 


예전에 병규와 현석이에게 

흰 신발은 어떻게 관리 해야 하냐고 물은적이 있다.

그때 병규랑 현석이가 했던 관리 방법은 간단했다.


비오는 날 안신고, 더러워질꺼 같은 날 안신으면 되. 


다음에 아부지,엄니가 오시면-

빨래를 할 필요도, 세탁을 할 필요도 없이

때를 뺄 필요도 없이-

그저 잘해드려야지 다짐을 한다. 


물론 그때도 말 안듣고, 싸울께 뻔하지만.


아빠도 어렵고, 아들도 어렵고

그나마 남편이 쫌 쉽다 (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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