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아빠에게
아빠에게 나이가 들어가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아빠가 저희를 돕기 위해 미국에 오신지
딱 이주일이 지났네요.
이제는 어느덧 저희도 미국 생활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다른건 몰라도 여전히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저희입니다.
아빠를 모시고 오는 차에서 백미러로
아빠를 보았습니다.
아빠 언제 이렇게 늙으셨어요?
머리는 또 언제 이렇게 빠지셨구요.
지난번보다 살은 또 왜이렇게 빠진거에요?
처음 미국에 이주를 한후,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못뵙다가-
다시 뵈었을 때, 아내와 저 둘다 깜짝 놀랐어요.
분명히 한국에 살때, 우리 아빠 참 젊었는데-
몇년 사이에 아빠가
너무 할아버지가 된거 같아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어릴땐 항상 백미러로 비친 운전하는
아빠의 모습을 봤었죠.
네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지도를 보며
운전하던 아빠의 모습을
형과 뒷자리에 앉아 바라보았는데..
그게 참 든든했어요. 항상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보호 받는 느낌을
그 뒷자리가 저에게 줬던거 같아요.
물론 성격이 급한 저로썬
매번 2차로에서 정속 주행하던 아빠가
답답하기도 했지만요.
이제 뒷자리에 앉아서 백미러를 통해
아빠가 운전하시던 모습을 보던 제가
앞자리에서 운전을 하고,
아빠가 뒷자리에서 앉아 손자와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시는 모습을,
백미러를 통해서 바라보네요.
아직 나 어른 아닌거 같은데,
아직 나는 아빠만큼의 아빠가 되지 못한거 같은데...
그래서 아빠와 같이 있으면 제가 '아빠'란게
어색하기도 해요.
나이가 40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아빠에게
의지하고 싶기도 하구요.
자리만 바꼈지, 나는 그 바뀐 자리 만큼 성장했는지
늘 의심하곤 해요.
전 아빠가 되었고, 아빠는 할아버지가 되었고,
옆에서 재이는 재잘 재잘 떠드네요.
항상 아빠 뒤에서 삶의 위험을 피하던 저는
어느덧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앞에 서있어요.
아빠만큼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우리 아들도 백미러를 통해 내 모습을 볼때
참 든든하다. 우리 아빠 참 든든하다. 생각 들게끔
해야 할텐데 과연 난 그 앞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는 속도를 내 성장의 속도가
잘 따라 가고 있는지
늘 의심이 되요.
물론 의문만 하는건 아니죠. 아빠가 오시면 그 의심을
다짐과 노력으로 바꾸려고 하죠.
그래서 아빠가 미국에 오시면 참 좋아요.
그리고 오랜만에 뵐때마다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어가시니
그럴수는 없지만 그럴수만 있다면
세월이 아빠랑 엄마만 피해갔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건, 세월이 흐른다는건
아빠에게 어떤 느낌이에요?
또 아빠가 된 아들을 보는 아빠는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하네요.
첫번째 편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