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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과장 Oct 15. 2022

첫 면접.. 그 떨렸던 순간을 기록하다.

말이 아니라, 말씀을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말이 아니라, 말씀을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2007년 2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동기들의 취업 스펙들을 듣다 보니, 난 여태껏 한 것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토익 성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뛰어난 학점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취업하는 데 있어서 불리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나씩 해보자. 아주 쉬운 것부터.”

"그래 일단 IT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보자."      


빠르고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취득하였다.


워드프로세서 1급, E-TEST 2급, OCJP, OCWCD 등등          


그렇게 2007년은 끝이 났다. 아직은 미완성인 스펙으로 말이다.          



다음 해인 2008년 1학기는 나의 대학 생활의 마지막인 4학년 2학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한 학기 휴학을 하고 하반기에 도전해야 하는 생각을 하고, 필리핀, 호주 연계 어학연수를 열심히 알아보았다.

 부모님께는 영어 스피킹이 중요해서 어학연수를 가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취업에 자신이 없어서 잠시 도망가고 싶었던 게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취업 원서는 계속 넣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격려해 주는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면 포기할 수 없었다.     

      


수많은 기업에 수없이 노크하였지만, 메일함을 열어 봤을 때 돌아오는 메시지는     

"귀하의 자질은 뛰어나나, 이번 채용에는 저희와 함께할 수 없습니다."     

결국, 알아봤었던 08년 2월 중순 어학연수를 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곳의 회사에서 서류 통과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어라? 통과라고? 말도 안 돼"     

너무나 기분 좋은 서류전형 합격 소식이었음에도, 어학연수 후에 취업으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담담한 마음으로 별다른 준비 없이 면접 전형에 참여했다.


(원했던 대기업이 아니어서 담담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호선 삼성역. 글라스타워

수많은 빌딩 사이에 넥타이를 맨 남성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일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씩 웃었다.  

    

면접 대기 장소에 도착하니, 인사 담당 과장님께서 임시 대기 장소로 안내해 주셨다. 편안한 미소로 안내해 주고 내부 회사 환경을 보니, 잠시나마 그곳의 구성원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영어로 자기소개를 유창한 발음과 함께 스피킹 해보는 여성 지원자.


자기소개서를 훑어보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는 지원자.     

그들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면접에 대한 어떠한 준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분 소개조차도….     


시간이 흘러, 면접 장소로 이동하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관 3명, 지원자 5명으로 진행된 다대다 면접이었다.


적막함 속에 시작한 면접 진행. OOO 씨 1분 정도 자기소개 가능할까요? 준비한 만큼 실력 발휘한 지원자도 있었고, 다소 아쉬운 지원자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     


"안녕하세요. 열정, 자신감, 전문성을 가진 지원자 김영식입니다. 저는 이천수를 닮은 외모로…….

 ........"


'망했다.'     



역시나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1분 자기소개는 큰 임팩트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긴장 모드가 아니라 향후 경험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른 지원자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공감과 경청을 하였고, 마음속으로 나중에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면접이 진행되고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이 시작되었다.

면접관분들께서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기반하여, 대학교 때 했던 프로젝트 경험 위주로 많은 질문을 지원자에게 하였다. 앞선 3명의 지원자 순서 후에 이제 나의 차례다.     


"김영식 씨? 혹시 자기소개서 제출 안 하셨나요?"     

"아닙니다. 이력서와 함께 제출하였습니다."     

이미 마음을 접은 상태라 자신감 있는 어조로 답을 하였다.


"우리 인사팀에서 출력을 안 해줬나? 뒷장에 자기소개서가 빠져있네요. 좋아요. 그럼 3분 정도 프로젝트 경험 위주로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떤 걸 경험했는지 말씀해 주세요."     


순간 기회인가? 편하게 말해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지난 4년간 대학 시절 동안 했던 프로젝트 위주로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도 내가 잘 아는 영역에 대한 질문이었다.  면접관분들의 끄덕임과 막힘없는 나의 답에 다른 지원자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도 속으로

'잘하면 합격할지 모르겠다. 끝까지 최선을 다 해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말씀드렸던 졸업 프로젝트의 내용이 면접관 한 분께서 유독 관심이 많으셨는데, 그 덕분에 여러 분야 중 내가 한 특정 영역에 대한 질문이어서 자신감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나머지 지원자까지 모든 면접 질문은 끝이 났고, 가운데 계신 면접관님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 지원자는 말을 해도 좋다고 하였다.    

 

'이제는 승부처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 마음가짐을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다.


모든 면접이 끝날 때쯤 면접관분이 면접의 종료를 알리는 말씀이 이어졌다.


"모든 면접은 끝이 났고, 혹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 분 있나요?"


그 당시 한자 공부를 하면서 혹시나 만약 나를 어필할 때 꼭 한번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었던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하였다.     

이렇게 말이다.



"저는 평소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근데 저는 말보다는 말씀을 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아는 말은 그냥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지만, 말씀은 내가 한 말을 행동하고, 책임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OOO 회사에 입사하여 말이 아닌 말씀을 하는 사람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면접관 세 분의 고개가 끄덕거림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난 2차 면접까지 하지 않고, 면접관 3명 만장일치로 1차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포기는 김치 셀 때나 하는 말이다."

"말보다는 말씀을"

"열정보다는 꾸준히"     


그 당시 면접 때의 이야기를 기록해 보며, 당시의 열정 넘치는 나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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