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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Sep 04. 2024

다리를 짓고 있는 너

말춘기가 온 아이와

엄마, 난 저 건너편 꽃의 향기도 맡고 싶고, 나무도 만져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다리를 먼저 지어야 하나봐

둘째는 올해로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타고난 성정이 다정한 이 녀석은 사춘기가 살짝 온 것 같긴 한데, 그래서인지 생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말은 더 많아졌습니다. 말춘기라고나 할까요.


학원을 마치고 온 녀석이 힘든 일을 다 끝냈으니 신이 났는지, 또 조잘조잘 입을 여는데 오늘의 주제는 진로입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녀석은 빨리 과학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요즘 불안하답니다.


"뭐가 불안하니?"

"엄마, 내가 초등학교까지는 책을 많이 읽어서 다른 친구들보다 과학을 많이 안다 생각했는데, 중학생이 되고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


어릴 때 과학 전집을 좋아했던 아이는 책 읽을 시간은 적어지고, 자신이 과학을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불안한 모양입니다.


"나는 말하자면 다리를 짓고 있는 중인 것 같아. 성인들을 위한 과학책을 읽어보고도 싶은데, 중고등학교 과학을 잘 몰라선지 어렵더라고. 다리가 이어져야 저 편의 나무도, 꽃도, 곤충도 볼 수 있나봐."


오, 멋진 비유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말합니다.


"오, 진짜 정확하고 멋진 비유다. 그 다리를 튼튼하게 잘 지어야 저 다리로 갈 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 그러니 다리를 잘 지어봐."


멋진 비유에 고작 학업을 열심히 해보라니. 미안하지만 엄마가 T입니다.


"지난 학기에 과학 시험 처음 봤는데 니가 알던 책 속 과학이랑은 많이 다르지 않았어?"


아이가 마지막 비유 한마디를 날립니다.

"응 엄마, 흙이랑 땅은 다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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