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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 May 07. 2020

한 줄 여행 #10

당신이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의 이유 #10

"반전의 오르락내리락"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Luxembourg, Luxembourg)


영화를 보다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닥뜨렸을 때, 그 기억은 평소보다 훨씬 오래 머릿속을 맴돈다.

룩셈부르크가 그런 곳이다. 내가 너를 몰라도 한참 몰랐구나 뒤늦은 탄성을 자아내는.


뒤늦은 고백1.

출발 직전까지 룩셈부르크가 싱가포르처럼 도시국가인 줄 알았다.

학창시절 배운 '베네룩스 3국'이 대체로 다 크기가 작았고, 룩셈부르크는 그중에서도 워낙 작았던 기억 때문에 그 긴 세월 동안 오해를 했더랬다. (그러게 왜 수도이름을 나라이름이랑 똑같이 지으셨소...)

모자란 세계지리 상식을 반성하며 룩셈부르크 여행은 시작되었다.


뒤늦은 고백2.

룩셈부르크가 그렇게 잘 사는 줄 몰랐다.

국민 1인당 GDP가 세계 1위란다. (2위는 스위스.)

인구가 워낙 적은 영향도 있다지만 그런다고 다 잘 사나 어디.

그렇게 지리상식에 경제상식까지 덤으로 얻고나서 본격적인 도시 탐험에 나섰다.


여기잠깐, 여행용 팁 하나.

룩셈부르크는 올해 3월부터 세계 최초로 대중교통 무료국가가 되었다. 심야나 일등석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룩셈부르크 내에서 기차, 버스, 트램이 공짜라는 말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니, 부자나라의 플렉스가 제대로다.

룩셈부르크시티는 작은 도시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걸어다닐  있지 다른 도시나 인접국가로 이동할 때에는 유용한 혜택이 될 것 같다.


슬기로운 식도락을 위한 팁도 하나.

베이커리야 프랑스가 워낙 유명하지만 룩셈부르크에서도 들러볼 만하다. 본토의 맛에 밀리지 않는 마카롱과 케이크를 발견하는 기쁨이란!

날씨가 조금 쌀쌀하다 싶으면 수프전문점을 찾아보자. 작고 단단한 룩셈부르크처럼 소박하지만 알찬 구성을 자랑한다.


뒤늦은 고백3.

룩셈부르크에는 별 게 없는 줄 알았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와장창 편견이 깨졌다.

이토록 오르락내리락에 특화된 도시는 난생 처음이다. 걷다보면 비스듬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고, 또 어느샌가 다른 층고의 세계를 올려다보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보크 포대(Casemates du Bock)다. 

지형의 장점을 그대로 살린 이 요새는 룩셈부르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요새 안은 경로도, 방향도,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도 알 수 없는 길로 이어진다. 짧은 시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테마파크 어드벤처처럼 신기하고 재미나다.


분명히 땅굴 같은 미로를 걸어들어왔는데 밖으로 나오면 다닥다닥 지붕들이 내려다보이는 절정의 위치다.

저절로 가슴이 탁 트인다. 그리고 시원한 한줄기 바람 속에서, 누구도 결코 만만히 넘보지 못했을 이 도시의 남다른 내공이 느껴진다.


늦어도 한참 뒤늦은 고백들을 늘어놓고 보니 새삼 룩셈부르크가 그리워진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까불었던 무식한, 아니 무심한 여행자의 뒤통수를 세차게 갈겨준, 기분 좋은 반전이 가득한 이 난공불락의 도시가.


유럽의 많은 곳들이 그러하듯이, 룩셈부르크는 비가 뿌렸다가 개었다가를 반복했다.

그런데 사진 폴더를 다시 들춰보기 전까지, 그날 비가 왔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마 날씨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 이 도시의 반전매력에 푹 빠져있었나 보다.

그곳에서 언제나 행복한 우산 속 소년소녀처럼.



"룩셈부르크, 반전의 오르락내리락."



당신의 심장을 설레게 할, 당장 배낭을 꾸리게 만들, 그곳으로 떠나야 할 단 '한 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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